미드나잇 탱고 인 시드니

by 사색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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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밤이었다.

오늘 일기는 이 문장으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탱고를 추러 갔으니까.


놀랍게도, 탱고를 추러 갔더니 아는 얼굴들이 있었다. 서울 탱고 페스티벌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상하이 탱고 페스티벌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시드니 탱고클럽에서 만났다. 탱고를 춘다면 우린 지구 어디서든 만나게 될 거야. 누군가 건넸던 그 말이 사실이었다니.


"시드니에 잘 왔어."

서울 탱고 페스티벌에서 DJ를 했던 엔서니가 시드니 사람이었다니. 그의 환영을 받으니 갑자기 든든한 지원군이라도 생긴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잘 아는 사이냐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아주 오래 전 서울에서 춤을 한 번 춘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이 든든함은 뭘까. 시드니에 와서 본 얼굴은 모두 처음 본 얼굴이었기 때문일까.

"여기 와서 아는 얼굴을 보는 건 당신이 처음이네요."

오랜만에 그와 춤을 췄다. 내가 느낀 든든함은 탱고라는 춤으로 엮인 내적 친밀감이 더해져서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시드니에서 만나게 된 것에 신기해하고 반가워하고 재밌어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별 것 아닌 대화에도 한바탕 웃고, 음악에 맞춰 함께 걸었다. 또 어느 곳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까? 앞으로의 시간이 기대되기도 했다.


"내일 뭐 해?"

"이사해야 해. 살 집을 구했거든."

"도와줄까?"


그 말을 듣고 놀랐다.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이사를 도와주겠다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렇게 친절할 수 있을까.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는 그가 부러웠다. 인사치레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스스로 쌓아둔 마음의 벽이 느껴졌다. 시드니에 와서 줄곧 혼자라고 느끼며 외로워 했는데 어쩌면 그건 다 내 탓이 아닐까. 친구를 만들려면 마음을 열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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