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라는 단어
시드니에서 워홀을 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시드니가 가장 큰 도시니까, 일단 시드니에 가서 일주일쯤 관광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놀고 나서 다음 도시를 정하지 뭐. 그런 마음이었다. 하지만 다시 짐을 싸기도 비행기를 타기도 귀찮아져서 시드니에 눌러 앉게 되었다.
쉐어 메이트들이 마음에 든다. 사람이 들어오든지 나가든지 전혀 신경을 안쓴다. Hi라고 말하는 것조차 시끄럽다는 듯이 조용하다. 내가 먼저 'Hi'라고 말을 건네면 그때는 또 친절하게 받아준다. 저녁에는 하나 뿐인 식탁에 모여 앉아 식사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워킹비자로 온 거야?"
"응."
"워킹비자면 세컨 비자 받아야 하지 않아? 농장 갈거야? 혹시라도 연장 못하면 학생 비자로 들어올 수도 있어!"
그들은 어떻게 하면 호주에 더 체류할 수 있는지 알려주려고 한다. 나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는데. 문득 궁금했다.
"왜 그렇게 호주에 계속 있으려고 해?"
"내 미래를 위해서."
쉐어메이트인 시띠의 귀여운 얼굴이 세상 진지하게 바뀌었다.
"그렇구나."
미래 생각 같은 건 조금도 하지 않는 나 자신이 멋쩍어졌다. 'future'이라는 단어를 너무 오랜만에 들었다. 맞아, 그런 단어가 있었더랬지. 내겐 무척이나 낯설고도 먼 'future' 였다. 눈을 감아봐. 깜깜하지. 그게 너의 미래야. 그런 우스개가 떠올랐다. 내게는 우스개가 아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