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센터 앞에서
시드니는 일교차가 매우 커서 아침 저녁으로는 많이 쌀쌀하고 점심은 또 덥다. 길을 가다가 경량 패딩을 벗는 남자를 봤는데 안에 반팔을 입고 있었다. 딱 그 차림이 적절한 날씨다. 반팔에 경량 패딩. 낮에는 반팔이 필요하고 아침 저녁으로는 경량 패딩이 필요하다. 쌀쌀해도 더워도 햇살은 항상 아름답다. 날씨가 좋은 것. 살짝 부딪히더라도 sorry라는 말이 들려오는 것. 이 두 개 만으로도 삶의 질이 엄청 높아진 기분이 든다.
집에 오는 길에 장을 봤다. lemonade soft drink와 lemon soft drink가 무슨 차이인지 한참 서서 비교해보았지만 끝내 답을 찾지 못했다. 빵을 먹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결국 도넛을 사버렸다. 과일이나 밥보다 빵이 싸니까! 빵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빵집을 지나갈 때마다 못 견디게 맛있고 따스한 냄새가 풍겨온다.
밥 먹고 나서는 어학원을 찾아 돌아다녔다. 집 근처 커뮤니티 센터부터 갔다. 시티에 있는 사설 어학원보다 쌀 것 같아서. 커뮤니티 센터의 어학 수업은 한 달에 4불이었다. 사설 어학원은 1주에 200불 내외이다. 뭔가 사설 어학원을 다니는 게 조금 더 재밌을 것 같긴 하지만, 200불과 4불의 차이는 내게 엄청난 것이었다. 게다가 그 4불 마저도 나에게는 고민의 대상이었다. 결국 어학 수업보다는 일부터 찾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을 구하고 빈 시간에 영어공부를 하는 게 맞다. 돈이 떨어져 간다. 커뮤니티 센터 앞에 무료 나눔 책 박스가 있었다. 뒤적거리다 6세를 위한 책이 있길래 한 권 챙겼다. 읽을 수 있으려나. 내일은 본격적으로 일을 구할 것이다.
'돈 벌어서 올게요.'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쉐어 하우스에 살면서, 외국인들끼리 모여 살면서 서로 도와주려는 게 느껴졌다. 한인 쉐어에서 한국인들끼리 살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재밌었겠지만, 이렇게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한 집에서 생활하는 경험도 굉장히 흥미롭다. 하우스메이트들이 내가 일을 못 구하는 동안 자기들이 차리는 식사를 같이 먹자고 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먹여 살리고 있다. 나도 일을 구해서 하우스메이트들에게 맛있는 걸 대접할 날이 어서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