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외출

마가렛과 함께

by 사색의 시간


하우스메이트인 마가렛이 중국어를 할 줄 알았다. 나 역시 중국어 전공이었기에 우리는 중국어로 대화하기 시작하면서 빠른 속도로 친해졌다. 마가렛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중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으니까 말해주는 건데, 나 40살이다?" 다른 애들한테 절대 말하지마."


마가렛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은 그녀도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우스메이트들이 대부분 어리다보니 혼자 말도 못하고 숨기느라 답답했을 것이다. 그녀는 워낙 동안인 탓에 40살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이야기를 좀 더 나누었다. 그녀는 인도네시안에 태어났으나 타이완에 20년 넘게 살았고, 호주에 산 지는 3년 차라고 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너무 우물안 개구리였나 싶기도 했다. 다들 여기저기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았다.


"여기 와서 무슨 계획 있어?"


나는 아무 생각이 없고 아무 계획이 없었다.


"아니, 너는?"


마가렛은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대답했다.


"나도 없어. 그냥 즐겨."


왠지 동질감이 들었다. 학업이든 영어든 돈이든.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이곳에 온다. 목표 없이 무작정 이곳에 온 나는 목표가 없다는 사실에 조금 위축되기도 했다. 마가렛이 건넨 한 마디가 위안으로 다가왔다. 그래, 일단은 즐기자. 즐겨도 괜찮아.


점심을 먹고 마가렛과 외출을 하기로 했다. 내가 화장하는 것을 보더니 한국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는 눈치였다.


"한 번 써볼래?"

"아니. 나 화장 못 해."

"내가 해줄게."


나도 화장을 썩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녀에게 화장을 해주고 싶었다. 아이라인을 그려주었더니 마가렛은 아이처럼 좋아했다. 눈을 시커멓게 칠한 우리는 먼저 편의점으로 향했다. 내 이력서를 프린트하기 위해서였다. 일단 30장을 뽑았다.


"뭐 그렇게 많이 뽑아?"

"누가 그러는데 100장 돌려야 겨우 일을 할 수 있대."

마가렛은 웃었다.

"그건 사람마다 다르지!"


그녀는 자신이 일하는 곳이라며 한 식당으로 날 데리고 갔다. 그곳은 며칠 전 헤이든과 함께 저녁을 먹은 식당이었다.

"어? 나 여기서 며칠 전에 밥 먹었어!"

"진짜? 여기 엄청 비싼데?"

헤이든이 계산해서 몰랐다. 비싼 곳이었구나. 고마워요 헤이든.


마가렛이 날 그곳에 데려간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나를 매니저에게 소개해주기 위해서였다.

"여긴 직원이 아주 많이 필요하거든. 이력서 내고 가면 필요할 때 연락 올거야."

마가렛이 '사람마다 다르다'고 했던 것이 이런 거였나. 이렇게 아는 사람을 통해 일을 구하는 방법도 있구나. 나는 마가렛을 와락 끌어안았다.

"진짜 진짜 고마워!"


그뿐만이 아니었다. 같이 여기저기 동네를 돌아다니며 마가렛은 꿀 정보를 알려줬다.

"저긴 일이 힘들고, 여기는 시급이 엄청 짜."

나는 하나하나 그녀의 말을 새겨들었다. 그동안 구직 사이트를 통해 이력서를 넣어보긴 했지만 한 군데도 연락이 안 왔다. 마가렛에게 말했더니 온라인보다는 직접 이력서를 뿌려야 더 빨리 일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역시 실전인가. 내일부터 직접 이력서를 뿌리기로 했다.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고 심장이 쪼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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