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구해보겠습니다 1

시드니에서 무경력자로 일 구하기

by 사색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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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를 돌리려니 잠이 안 왔다. 겨우 눈을 붙였다가 새벽에 깼다. 오전 내내 죽을 상을 하고 있었다. 나는 내향형 인간이란 말이다. 점심시간은 붐빌 테니 점심 먹고 2시쯤 나가자고 생각했다. 2시에 나가서 한 시간 정도는 벤치에 앉아 있었던 것 같다. 분명 어제 마가렛이랑 돌아다니면서 이력서 뿌릴 곳을 몇 군데 골라놨는데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면 또 자책하겠지. 그럴 수는 없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한 장이라도 돌리자! 나는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거리로 향했다.


"Hi, I'm looking for job."

지금 생각해보면 스몰토킹이라도 몇 마디 건넸어야 했을까 싶다. 하지만 그때는 그 한 문장 말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최악이어봤자 '아니, 괜찮아' 일 뿐인데 왜 그렇게 어려운지. 겨우 한 군데 들어가 말문을 열었다. 다행히 직원이 친절하게 이력서를 받아줬다. 상점을 나오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


하고 나니 별 거 아니네 라는 생각이 들면 좋았을텐데. 할 때마다 매번 어려웠다. 한 시간 벤치에 앉아 있다가 한 장 내고, 한 시간 앉아 있다가 또 한 장 내고. 그렇게 대여섯 장을 돌렸던 것 같다. 다들 친절하게 이력서를 받아줬고 딱 한 군데가 지금은 직원을 뽑지 않는다고 이력서를 받지 않았다. 그렇다고 '너 따위 필요 없어! 썩 나가!' 이런 것은 전혀 아니었고 부드럽게 말해줬다.


거절 역시 겪어보니 아무 일도 아니긴한데 그렇다고 괜찮아지는 건 아니었다. 다들 어떻게 일을 구한거지? 길거리를 헤매다가 헤이든이랑 저녁을 먹었던 식당까지 오게 되었다. 손님으로 갈 때는 간판도 안 보고 들어갔는데 오늘 보니 간판이 어찌나 크고 화려하던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집에 오니 진이 다 빠졌다. 윗동네에 가서는 상점에 들어갈 엄두도 못 내고 서성이기만 하다 돌아왔다.

"잘 다녀왔어?"

마가렛과 시띠가 물었다. 징징댔더니 힘내라고 KFC도 사주고 한국 라면도 사줬다. 일 구해서 돈 벌면 제일 먼저 마가렛과 시띠에게 맛있는 거 사줄 거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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