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무경력으로 일 구하기
오전에 전화를 두 통 받았다. 영어가 쏟아졌다. 영어로 전화할 사람은 고용주 밖에 없을테니 알아듣지 못해도 무조건 외쳤다.
"Yes, I can!!"
어제 돌린 이력서에 반응이 있어서 다행이다. 아침부터 다른 동네로 인터뷰를 하러 갔다. 시티에서 트레인으로 4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다. 시드니 트레인은 2층으로 되어 있어 타는 재미가 있다. 시티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한적하고 평화로운 동네가 나온다. 나도 이런데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방값도 시티보다 저렴할 텐데. 하지만 시티잡을 구하려고 시티에 방을 구한 거니 목적을 이루면 좋겠다.
인터뷰 결과는 좋지 못했다. 영어가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도 내 입장을 충분히 생각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이력서 돌린 건 없고 인터뷰만 두 개 했는데 왜 이렇게 진이 빠지는지 모르겠다. 다른 한 곳에서는 다행히 트라이얼을 해보자고 했다. 여기서는 이력서 - 인터뷰 - 트라이얼 단계를 거쳐 고용이 된다. 실제로 일을 시켜보고 뽑는 거다. 첫 트라이얼을 무사히 할 수 있기를. 영어가 걱정이다. 하지만 영어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어로도 말할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으니까. 모국어로도 말을 잘 못하는데 영어로 갑자기 말을 잘할 수 있을까.
집으로 돌아와 룸메이트들과 수다 떠는 시간이 나의 힐링타임이었다.
"그거 알아? 여기서도 마음만 먹으면 몇 년을 살든 영어도 안쓰고 외국친구도 만들지 않은 채로 살 수도 있어."
많은 나라에서 들어와 각자 타운을 이루고 살기 때문에 그 동네에 가서 살면 그렇게 살 수 있다고 했다. 뭐가 맞고 뭐가 그른건지는 모르겠다. 각자 사는 방식이 다른 거니까. 내가 한인 쉐어를 구하지 않은 건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고 싶어서였다.
"난 호주 오기 전에 내 미래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여기 와서 미래에 관해 생각해보게 됐어."
"사람 일은 모르는거야. 너의 경험이 너를 만들어가고 있으니 스스로를 너무 옥죄지 마."
내가 너무 스스로를 옥죄는 걸까? 나를 보는 사람마다 '릴렉스'하라고 하는 걸 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