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지 않으니 쉐어메이트들이 나를 먹여 살리고 있다. 오늘은 시띠가 튀김을 해줬다. 뭐냐고 물으니 '템페'라고 했다. 바삭바삭 짭짤하니 맛이 있었다. 처음에 시띠가 밥이랑 과자를 같이 먹는 걸 보고 왜 그렇게 먹는지 궁금했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식사를 할 때 꼭 바삭바삭한 무언가를 곁들여 먹는다고 한다. 크리스피한 식감을 즐기는 듯 하다. 시띠랑 살면서 인도네시아 음식을 좋아하게 되었다.
시띠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기도 한다. 그 친구가 워킹 비자를 연장하고 싶어하길래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너도 여기가 좋아?"
"돌아가서 딱히 할 게 있나 싶어서."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뭐, 그 말도 맞다.
일요일 교통요금이 저렴하다고 해서 어디로든 나가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맨리 비치. 오페라 하우스 앞 페리 선착장에서 맨리행 페리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도착한다. 도착하자마자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바다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침 해질녁이어서 노을이 예뻤다. 추운 날씨에도 서핑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파도가 쭉쭉 뻗어오는 게 서핑할 맛 나는 파도였다. 백사장을 꽤 걸었다. 맨리 비치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쉘리 비치가 나온다기에 온김에 쉘리 비치까지 가보기로 했다. 시드니에 온 뒤로 줄곧 몸에 힘을 주고 있었나보다. 해변가를 걸으면서 몸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바다는 언제나 옳다.
쉘리 비치는 마치 개인 공간처럼 아담한 비치였다. 곳곳에서 소규모로 파티를 하고 있어서 더욱 그런 분위기가 났다. 쉘리 비치까지 즐기고 돌아가려는데 트라이얼 한 곳에서 문자가 왔다. 나를 채용할 수 없다는 문자였다. 뭐 어쩌겠나. 나는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였다. 일을 구하려 아둥바둥 한 주를 보내고 나니 오히려 마음을 비우게 되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돈 버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지만 바다를 보는 순간 그런 걸 다 잊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