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가까워지는 21일 글쓰기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이 주제를 마음속에 오래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꺼낼 용기가 없었어요. 가장 기뻤던 순간은 고등학생 때였는데, 그 이후 20년이 되어가도록 기쁜 일 하나 없이 지낸 사람처럼 여겨질까봐 두려웠습니다. 아직도 10대 시절 기억에 젖어 사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두려웠습니다. <나와 가까워지는 21일 글쓰기>를 진행하면서 그 두려움들도 모두 안아줄 수 있었습니다. 14일이 되는 날 이 주제를 꺼낼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저의 가장 기뻤던 순간은 고등학교 때 전국 중국어 말하기 대회에 나갔던 순간입니다. 부산에서 열린 대회였는데 타 지역에서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숙소를 제공해줬었어요. 대회 전날 주최 측이 제공한 호텔에 머무르면서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멋진 숙소를 보니 내 중국어 실력을 인정받는 느낌이었거든요.
‘나는 이렇게 살 거야. 내 능력으로 쾌적한 환경을 제공받으면서 말야.’
당시 저는 제가 중국어를 매우 잘한다고 믿었습니다. 하하. 다음날 대회에서 제 순서가 되어 무대 위에 올랐을 때 비치던 조명 불빛이 생생합니다. 꽤 규모가 큰 대회여서 외부 인사들도 자리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준비한 중국어를 말하다가 그만 장렬하게 틀려버렸습니다. 틀린 순간에도 웃으며 다시 이어갔던 것마저 생생하게 기억나요.
결과는 [중국 영사상]이었습니다. 다른 상들은 전부 주최 측의 심사 결과에 따라 결정되었는데 그 상만은 중국 영사관의 문화 영사가 결정하는 상이었죠. 일종의 특별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상도 저만 주최 측의 회장이 아니라 중국 영사에게 직접 수상하였습니다. 부상도 다른 상들은 상금이었는데 저는 베이징 중국 연수였어요. 오히려 좋았습니다. (여담으로 고3이 되었을 때 대학 입시라는 위기에 마주한 저는 겁 없이 중국 영사관에 편지를 보내 추천서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중국어를 공부하던 순간들은 정말 기뻤습니다. 누가 시켜서 강제로 한 것도 아니었고 오직 좋아하는 마음으로 마음껏 빠져들었습니다. 실력을 인정받는 순간들도 있었고, 더 큰 배움의 장으로 나아가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어학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공부에서 손을 놓아버렸지만요(...) 지금은 중국어와 동떨어진 일을 하고 있지만, 가끔 그때의 열정을 떠올리면 꽤 재밌답니다. <나와 가까워지는 21일 글쓰기> 시리즈를 연재하는 요즘, 그때만큼 아니 그때보다 더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는 기분이라 매우 즐겁습니다.
● 14일 차 함께 글쓰기
가장 기뻤던 때를 떠올려보세요. 아주 어렸을 때일 수도, 며칠 전일 수도 있어요. 기억을 더듬어보며 ‘기쁨’이라는 단어에 반응하는 장면을 찾아보세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요? 기뻤던 일을 써보는 것만으로 그때의 열정을 되살릴 수 있을지도 몰라요. 지금 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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