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가까워지는 21일 글쓰기
어제 ‘가장 싫어하는 것 쓰기’를 통해 싫은 감정을 바깥으로 쏟아내셨을까요? 저처럼 싫은 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싫은 느낌이었을 수도 있고, 싫은 것을 마구 싫어함으로써 해소감이 들었을 수도 있을 거예요.
오늘은 싫다는 감정 아래 감춰진 이야기를 만나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싫다!로 시작한 감정은 어떤 감정과 이어져 있었을까요? 저는 어제 ‘밥을 빨리 먹는 것이 싫다’고 적었습니다. (그랬더니 상사가 ‘오늘은 먹고 싶은 거 각자 먹자!’고 했습니다. 역시 쓰면 이루어집니다.) 밥을 빨리 먹는 것이 싫다는 감정의 표면 아래를 더듬어보면 이런 속마음으로 이어집니다.
‘느긋하게 먹고 싶다. 식사를 할 때 음식물의 맛과 먹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고 싶다. 충분한 양의 음식을 충분히 느긋한 속도로 먹고 싶다. 그것은 내가 내 식생활의 주체가 된다는 의미이다. 남이 선택한 음식을 남이 먹는 속도로 먹기가 싫다. 나는 인생의 주체로 살고 싶다. 선택할 자유를 누리고 싶다. 나의 속도로 살아가고 싶다.’
단순히 밥투정인 줄 알았던 감정을 들여다보니 인생의 주체가 되고 싶다는 본질적인 감정이 나타났습니다. 그저 밥을 느긋하게 먹기만 하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삶 자체를 주도적으로 살고 싶다는 내면의 요구였던 겁니다.
직장생활 하려면 그 정도는 당연히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 대신 주도적으로 살고 싶다는 목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쓰면서 내면의 목소리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바깥에서 나를 옥죄어오던 목소리를 하나씩 끊어내고 내 안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을 산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말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던 내면의 목소리에게 마침내 발언권을 쥐어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잊고 있었지만 진정으로 바라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찾아내는 여정이지요.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감정들은 그 속에 좀 더 내밀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감춰두고 있습니다. 감정을 들춰보는 때보다 지나갈 때가 더 많다면 일상을 살아가며 무수한 내면의 이야기를 스쳐 지나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오늘 이 시간만큼은 감정을 한꺼풀 벗겨내봅시다. 들춰보고 들여다봅시다. 그곳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요?
● 17일 차 함께 쓰기
어제 썼던 ‘가장 싫어하는 것’을 읽어봅시다. 그것의 뒷 이야기를 이어가봅시다. ‘...을 싫어한다’라고 끝났던 글 뒤에 ‘왜냐하면 사실은...’이라고 시작하는 글을 이어써봅시다. 한 가지 감정, 한 가지 사건, 한 가지 상황에 대해 나의 내면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귀 기울여봅시다. 그것을 종이 위로 옮겨봅시다. 밥을 빨리 먹는 것이 싫다는 감정이 사실은 삶을 나만의 속도로 살고 싶은 욕구와 이어져 있는 것처럼, 싫은 감정에서 내면의 욕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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