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promotion] 1. 르 블랑

여자라는 이유로 ······.

by 김봄

서기 1637년 30대에 접어든 한 남자의 끄적거림이 400년 가까이 인류를 괴롭힐 것이라는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x^n+y^n=z^n (n>=3)을 만족하는 0이 아닌 정수 x,y,z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증명할 놀라운 방법을 찾았지만 여백이 부족해서 이를 적지 않겠다.


이는 유명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Fermat's Last Theorem ∴ FLT)로 페르마(Pierre de Fermat)본인은 후대의 수학자들이 이를 증명하게 하기 위해 위와 같이 기록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페르마가 살아 생전 FLT를 증명했는지 여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지만 1994년 앤드루 와일스(Sir Andrew J. Wiles)에 의해 증명되었으며 그는 현대 수학을 총 동원하여 100페이지가 넘는 논문으로 FLT를 증명하는데 성공하였다. 당연히 여백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지만 페르마가 이를 증명하지 못했다는 근거는 페르마가 삶을 마감하고 133년이 지난 후 레온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에 의해 페르마가 n=4일 때 FLT가 참이라는 증명을 휘갈겨놓은 자료를 찾았기에 페르마도 모든 n에 대해서 증명하지 못했다는 물증이자 심증이다.


오일러는 n=4일 때 페르마가 증명한 방법으로 n=3일 때의 증명에 성공하였지만 n=5일 때의 증명은 하지 못했다. 수학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어도 페르마와 오일러가 얼마나 뛰어난 수학자인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n=5일 때를 증명한 수학자는 안타깝게도 불행한 삶을 살았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름도 모른다. 그녀는 라그랑주(Joseph-Louis Lagrange)에게 수학을 배웠으며 스승은 가우스(Carl Friedrich Gauß)로 단언컨데 인류 역사상 최고의 수학자라고 확신한다. 오일러도 해결하지 못한 n=5일 때의 FLT문제의 해법을 제시하였고 스승이 가우스이니 최고라고 부르는게 이상하지는 않겠지만 그 뜻이 아닌 페르마,오일러,가우스 등의 천재 수학자들보다 더 뛰어난 인류 최고의 수학자이다. 그녀의 이름은 소피 제르맹(Sophie Germain)으로 n=5일 때의 해법은 그녀가 제시하였지만 증명은 다른 수학자가 했다. 그러자 소피 제르맹은 100이하의 소수일 때 FLT가 참임을 모조리 증명해버렸다.


1700년대는 여자는 수학을 공부하기 불가능한 시대여서 정규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얼굴 한번 본적 없는 가우스가 편지만으로 제자로 받아주었으며 이후 모든 수학자들은 FLT를 증명하기 위해 100년이 넘도록 소피 제르맹의 정리를 바탕으로 시도하였다. 소피 제르맹은 이러한 남성주의적 사회와 수학계에 포함될 수 없어 가우스에게도 편지를 주고 받을 때 남자인 척 하기 위해 르 블랑(Auguste Antoine Le Blanc)이라는 가명을 사용하였다. 아이러니 하지만 가우스와 소피는 실제로 만난적이 없으며 가우스는 나폴레옹 전쟁에서 소피 제르맹에 의해 안전을 보장받았고 소피가 유방암으로 죽기 직전에서야 모든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 가우스는 그녀의 업적을 몇년간 알리며 그녀에게 박사 학위를 수여하지만 소피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가우스가 아니였으면 우린 소피 제르맹에 대해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2025년 현재까지도 소피 제르맹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을 뿐더러 사실이 아닌 정보도 존재한다.


동시대의 수학자나 현대의 수학자나 소피 제르맹의 수학적 능력은 높게 보지만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서 부족한 점이 보인다고 평가당하는 역사도 존재한다. 가우스가 인정한 수학자를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서 부족하다고 박한 평가를 하지만 소피 제르맹은 라그랑주에게 수학을 배웠다. 더 말이 필요한가. 소피 제르맹이 없었다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아직까지도 증명되지 못했을 수 도 있다. 게다가 소피는 1700년대 후반에 태어났다. 아르키메데스(Archimedes)가 현대 수학을 모른다고 박한 평가를 하는 것 처럼 주제 넘은 평가이다. 가우스의 또 다른 제자인 베른하르트 리만(Georg Friedrich Bernhard Riemann)과는 다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부끄러움 그 자체이며 수학계를 포함한 이공계, 더 나아가 인류의 흑역사이다.


이처럼 소피 제르맹은 여자라는 이유로 현대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위인전 또한 없다. 그녀의 업적은 이게 전부가 아닌 일부로서 더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모르는 것은 작은 문제가 아니며 우리 모두가 부끄러워야 할 역사이며 소피 제르맹에 대한 평가를 믿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면 논문을 제출할 수 없었던 소피는 라그랑주의 밑에서 배운 것일까 아니면 라그랑주가 소피에게 배운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는 부분도 있다.


수학의 여왕(Queen)이 되지 못한 소피 제르맹은 Underpromotion하여 수학자 순위에서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에서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소피 제르맹이 최고의 수학자들 사이에서 활동했고 후대에 엄청난 영향을 남긴 수학자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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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소피 제르맹(Marie-Sophie Germain)

(1776/4/1 ~ 1831/6/27)


1700년대의 Queen: 마리소피 제르맹





발행: 2025.07.30

저자: 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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