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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May 24. 2016

옆자리 아저씨..그리고 내 아버지

지하철 출근길 단상





길고 긴 출근길. 

지하철에서 한참 졸다 일어나도 목적지가 한창인, 여느날과 다름 없이 피곤한 하루.


졸다가 일어나 옆에 앉은 아저씨를 흘깃 보니 계속 카카오톡 메신저 창을 열었다 닫는다. 

아들에게 온 메시지를 확인 중이다.




그는 손을 쭉 뻗어 화면을 응시한다. 돋보기가 필요한 여느 중년들이 그렇듯.

눈길을 피할 기운이 없는 나도 그 화면을 함께 응시하게 된다.


누군가의 아버지인 그가 한글자 한글자 천천히 오래오래 집중해서 글을 쓴 흔적이 보인다. 

아버지가 세네 번 메시지를 보내면 

아들은 그제서야 "네. 아부지도요. ㅋㅋ"라고, 짧은 답을 보낸다.


아저씨는 일곱글자의, 선심 써서 많이 봐 주면 'ㅋ'를 포함해 아홉글자짜리인 그 짧은 메시지를 뚫어져라 본다. 창을 닫는가 싶더니 또 열어서 한자 한자 곱씹어가며 읽는다. 소리 나지 않게 입술을 움직여 가며. 과장을 하나도 보태지 않고 다섯번쯤 창을 새로 열었다. 그새 또 보고 웃고..


아들아, 로 시작되는 글을 몇번이나 썼다 지웠다 하더니 그는 결국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휴대폰 화면을 껐다. 화면을 뚫어져라 보던 눈은 이제 천장을 향해 간다. 표정은 희미하게 밝아진 듯도 하다.


그에게서 시선을 거둔 내 마음은 땅 속 깊이 가라앉는다.  


손바닥 만한, 모르는 아저씨의 휴대폰 작은 화면에서 나는 나의 엄마 아빠를 봤다. 

그리고 수많은 날들의 나를 봤다.


"ㅋㅋ" 혹은 "ㅇㅇ"으로 끝냈던 많은 답장을 보내고 급히 메시지 창을 닫는 나와.  

기억 나지도 않을만큼 성의 없던 그 메시지에.  

어쩌면 스치고 지나간 누군가의 아버지보다 보다 더 많은 애정을 쏟고있을 나의 엄마 아빠가. 

출근길 내내 아른거려 눈 앞이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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