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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May 25. 2016

청춘과 어른의 차이

오늘도 묵묵히 하루를 사는 어른들의 이야기





몸살기운에 약을 먹고 자다가 그만,

약에 급체를 해버렸다.

속에서는 쓴맛이 올라오고

침을 꿀꺽 삼켜도

무언가가 딱 걸려있는 것처럼 불편하다.
약에 체하면 약도 없다고 하니,
시간이 해결해 주려나 하며

아픈 속을 부여잡고 터덜터덜 집을 나섰다.
엄살이 심한 편인 나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덜컹대는 전철에서

사람들에게 치이며 한참 울상을 짓고 있다가.



문득
장폐색으로 입원해 있는데도
병실에서 노트북을 켜고 앉아

이런저런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나의 직장상사와,
어깨가 저릿저릿 아파

매일 물리치료를 받으면서도
가족들에게 정성스러운 아침저녁을

거르지 않고 챙겨 주는 엄마를.
그 존경스러운 사람들을 떠올렸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내려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자꾸만 생기는 것이 아닐까


같이 사회에 나선 나의 동기들도 하나하나 떠올려 본다.

후두염으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서도 굳이 출근해

어떻게든 취재해 기사를 쓰는 제림 언니도.
토끼 같은 아이 둘과 생이별해

세종시에 홀로 내려가 고생하는 석우 오빠도.
무릎 연골 수술을 하기 위해

며칠간 야근을 몰아서 하며 몸을 혹사하던 성윤 오빠도.

모두 나보다 절대 덜 하지 않은 고통을 안은 채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서글프게도 이제 나와 주변 사람들은
더 이상 유치원에 가다 넘어져

울면서 집에 돌아오는 어린아이가 아니다.
지켜야 할 자리와 가족
견뎌야 할 시간
이 외에도 책임져야 할 무언가가
자꾸만 한발 짝 더 가야 한다고, 등을 떠민다.


그래도
견딜 만하다. 아직은.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아픈 티를 낼 수 있어서 청춘이겠지.


당당하게 아플 수 있던 청춘을 흘려보낸 어른들은

이제 하루의 짐으로 아픔을 누른 채

또 다른 하루를 향해 묵묵히 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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