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퇴사... 이것이었구나

[돌고 돌아 재입사]

by 봄책장봄먼지

2019년 1월 1일

퇴사하고서 딱 하루가 지났다. 멍했다.


이틀이 지났다.

조금 실감이 났다. 아, 나 관뒀구나.


사흘이 지났다.

야호! 지옥에서 탈출했다!


나흘이 지났다.

자, 계획을 세우자. 핑크빛 미래가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닷!



일주일이 지났다.

자, 계획을 세우자. 핑크빛 미래가 아직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보름이 지났다.

자, 계획을 세우자. 계획을...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슬슬 몸이 풀린다.



두 달이 지났다.

마음도 몸도 다 풀렸다.



석 달이 지났다.

마음도 몸도 다 풀리고 퇴직금도 다 풀렸다. (풀려도 너무 풀렸다.)



넉 달이 지났다.

모든 게 다 술술(?) 풀리는데, 내 인생길만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났다.

뭔가 마음이 뒤틀리고 있었다. 이제 뭐 해서 먹고사나?




아…….

아, 이것이구나.



가장 행복한 몇 달을 보낸 대가가, 홀쭉한 통장 잔액 및 쌓여 가는 카드값으로 고스란히 복귀했다.



아, 이것이었구나.




내가 백수가 될 때마다 느꼈던 그 감정을, 송두리째 재경험할 순간이 다시 도래했다. 회복할 틈도 없이 내 삶의 나락이 어떤 꼴을 하고 있는지 그 모양을 확인해야 할 순간이었다.


아, 이것이었다. 달콤함 뒤에 찾아오는 잔인한 계절.


눈앞이 샛노래지는 백수의 계절이 온몸을 비틀며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노트북을 켜고 어두운 과거 속으로 다시 기어 들어가야만 했다.





안녕하세요, 과장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메일 잘 받았습니다.





1년이 지났다.

지금 나는 이것저것 잴 처지가 아니었다.




나는 헤어진 직장에게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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