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재입사]
우연히 퇴근을 같이 하게 된 용역업체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간 궁금했던 것을 물어봤다. 지난달 자문료와 강사료 계산이 잘못된 듯했기 때문이다. 진로 페스티벌 온라인 촬영 수당은 자문료로 잘 입금된 것 같은데, 그 전 주에 출근했던 것은 강사료로 계산됐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그리고 뒤이어 말했다.
"사실, 저희 강사 모두 못 받았거든요."
꽤 정중한 어투였고 미소도 덧붙였다. 자, 이제 담당 선생님의 정중한 답변을 들어보자.
"아? 정말요? 제가 그럼 회사 들어가서 다시 한번 확인해 볼게요. 이렇게 궁금한 것 있으시면 꼭 얘기해 주세요."
"아, 네. 제가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셋 중 다른 선생님 한 분은 그날 출근한 것에 대해서 아예 강사료가 지급되지 않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코로나라 수업도 듬성듬성하여 강사료 계산이 엄청 쉬웠으므로 돈 계산이 흐린 나지만 돈 계산을 한번 해 봤다. 그리고 담당 선생님을 만난 김에 이것저것 묻고는, 그다음 대책을 부탁드렸다. (셋 중 나이도 가장 많고, 그나마 경력도 있는 사람이 하필 나여서, 총대를 메고 돈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터였다.)
그런데 강사료 이야기를 이어 가다 담당 선생님께서 은연중에 일급 기밀(?)을 누설하신다. 강사끼리는 서로 모르는 서로의, 강사료에 관한 비밀.
"사실 선생님과 *선생님께는 시간당 **으로 같이 챙겨 드리거든요."
처음, 융숭한 환대를 받으며 이 사업을 시작하던 회의로 돌아가 본다.
"주 강사 1인에 보조 강사 1인으로 돌아가는 체제보다는 주 강사 2인 체제가 더 좋을 것 같아요."
나도 사실 그렇게 말하긴 했었다. 주 강사가 조금 더 시급을 많이 받긴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여겼다. 강사료보다는 프로그램 운영을 제대로 하는 것, 즉 존립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 그 뒤로 그것에 관해 어떠한 결정이 났는지, 들은 바는 없었다. 그리고 수업이 어영부영 시작되었고, 평소 그들이 나를 보고 주 강사, 주 강사라고 몇 번 이야기해 주기에, 나는, '아 나는 주 강사구나.' 그렇게 생각했었고, 나만 혼자 주 강사가 된 줄 알았다. (확고한 착각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세상이 어떤 곳인데 나만 주 강사로 두겠나? 누가 봐도 강의는 다른 두 분이 훨씬 잘하시는데!! 누군가를 대표선수로 발탁해야 한다면 당연히 두말 필요 없이 나는 열외다. 내가 국대 감독이라도 나를 국가대표 선수로 차출하는 실수 따위는 안 저지를 것이다.
-제가 다시 확인해 볼게요. 저희가, 두 분 강사료는 같은 금액으로 책정해 드리고 있거든요.
같은 금액? 아, 그렇구나. 그런데..
그런데요, 저기...
경력자라, 사실 초반에는 일을 해도 내가 더 많이 한 것... 같은.. 데.. 그건 나만의 착각.. 이었나..요오... 그게 혹시 내 '서비스'로 해석된... 것일까..요.. 그런 건가요? '할많하않'의 타이밍이다. 나는 끝내 입을 다물었다. 코로나 보릿고개에 일감을 준다는데 그것만도 감지덕지지.. 몇 만 원 더 받고 덜 받는 게 뭐, 그리 중요하겠냐, 싶다.(물론 중요는 하..합니다.)
단단히 착각했다. 꼴좋다. 혼자 책임감에 낑낑, 1년 가까이 저 혼자 주 강사라 착각하며 고군분투, 잘해야 해, 해내야 해, 압박에 시달리며 몇만 원 더 받는 주 강사의 책임감을 통감했었는데.
애고고고고고고고.... 고고고고gogogogogo
그런데 가만가만.. 가만... 다시 한번 더 생각을.. 잘.. 자알.. 해 보잔... 말이다.
이게.. 이게 말이다.
정말 슬프고 '웃플' 일이기만 한 것인가, 과연?
이거 왠지, 에잇, 이라고 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에잇이 아니라, 이거 에잇이이이이아야얏호~~ 할 일 아니야?
나 이제, 뭐든 좀 대~~~충 해도 된다는 소리 아닐까?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해석이냐고?)
잠깐만. 다시 가다듬고 생각이란 것을 해 보자고. 아니, 내가 지금 다른 분이랑 똑같이 받는다는데,
굳이~~~~~~~~~~~~ 구지구지구지 1시간씩이나 일찍 출근하면서, 두 배로 세 배로 더 열심히 하는 척하면서 살 필요? 없지 않아, 구태여?
나, 이제 남들보다 더 열심히 안 해도 되는 거다!
나만 경로석에 앉은 줄 알고 내 앞에 서 있는 사람한테 미안해서 안절부절못하며 내가 여기 앉을 주제는 아닌데, 거, 미, 미안하게 됐소. 아, 나 아직 경로석 깜냥도 경력도 아닌데, 일단 앉았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지, 더 열심히 나이 든 척해야 해, 마른 눈에 쌍심지를 켜 가며, 또 잠까지 줄여 가며 새벽이슬 맞고 출근하던 나였다.
하지만 나, 이제부터. 열심히 안 하련다!!
이제 좀 설렁설렁 덜렁덜렁 대충 살아보련다~ (얼쑤~)
이제 좀 직장에도 늦게 가자.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1시간씩이나 먼저 가?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사람들 애간장도 좀 바싹!! 태울래>_<
'안전빵' 같은 사람, '본전치기'는 하는 사람, '믿는 구석' 같은 사람도 안 할래. 이제 좀 약간은 삐뚤빼뚤하게 그릴래, 내 인생.
"선생님들 이번 달에 일정 안 되는 날들 좀 알려 주시겠어요? 수업 시간표 짤 때 고려하려고요."
때마침 비뚤어질 절호의 기회가 온다! 단톡방에 문자 하나가 뜬 것이다.
지난달에는 내가 앉은 자리가 책임감 있는 자리니, 더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틀 빼고 일정이 다 된다고, 거의 모든 날 수업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었다. (투잡을 하고 있음에도..) 그러나 나 지금..
이번 달,
봄먼지 강사가 수업할 수 없는 날=6일, 14일, 19일, 20일, 22일, 26일부터 30일......
수업할 수 없는 날을 다다다다다 다닥다닥 기록해서 문자로 보냈다.
-봄먼지 선생님, 요새 무슨 교육 같은 거 들으세요? 일정 안 되는 날이 많으시기에 여쭤요.
운영인력 선생님이 내게 묻는다.
-아, 아니요. (하하;;;) 그, 그게 아니고.. 일이 좀 있어 가지고...ㅎ (일이요, 일. 노는 일이요.)
되..되둉합니다. '일이 있다는 게' 뭐, 사실이기도 하지만 약간은 뻥입니다, 선생님;;;
이제 나, 대충~ 할 테다.
(받는 만큼 일하는 아주 계산적이고 이기적이고 정상적인 직장인이 되어 보자.)
더군다나 이번 달, 내 생일이 있는 달이다.
이달에는 나, 좀 놀아야겠다.
(아무래도) 나란 사람,
놀 자격은 좀 충분한 것 같으니까 말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