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듣는 시간>을 읽고
내 모어는 수화다. 뜨개질하듯이 손으로 말을 엮는 게 좋고, 서로의 눈과 입술을 보며 집중하는 게 좋다.(7)
"나는 외로움이 뭔지 잘 모른다. 대체로 늘 그랬으니까. 나는 소리를 못 듣는다는 게 뭔지 잘 모른다. 마찬가지로 늘 그래 왔으니까. 내 모어는 수화다."(7)
동시에 몸을 움직이게 하고, 같은 표정을 짓게 하는 거, 그것이 내겐 노래였다. 나는 노래가 좋았다. 내가 느끼기에 세상에 그보다 강력한 것은 없었다. (24)
점점 특수학교의 필요성에 대해서 의문이 생겼다. 내게 필요한 특수한 교육을 제공한다기보다는 분리를 위한 것 같았다. 보는 게 싫어서 분리수거하듯 분리해 버린 것이다. 내가 분리되어야 할 존재라는 생각을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나는 소리를 못 듣는 게 나만의 독특한 성격이라고 생각했지, 장애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살아왔다.(39)
억지로 수술받게 해서 내 고요함을 망쳐 놓고 이게 뭐야? (104)
들리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지. 지구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울리고 있는데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서 못 듣는 건지도 몰라.(189)
더 울어요.
나도 점심 안 먹고 화장실에서 울었어요.
우는 게 더 급해서.(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