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 같은 말이나 일을 자꾸 반복함. 또는 같은 사태가 자꾸 일어남.
뒤풀이: 어떤 일이나 모임을 끝낸 뒤에 서로 모여 여흥(餘興)을 즐김. 또는 그런 일.
무언가를 되풀이하는 시간보다는 아무래도 모든 것을 끝마치고 뒤풀이를 하는 시간이 더 즐겁다. 하지만 나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되풀이를 시작해야 할 시점에 왔다. 내일부터 도돌이표를 그려야 한다. 프리랜서 강사로서 첫 수업이다. 작년에 했던 수업인데 4개월 만에 다시 시작하려니 목이 마르고 눈이 건조해진다. 배 속도 꾸르륵거린다. 아무래도 긴장이 시작되었다는 징조인 듯하다.
"드디어 다음 주부터 본격 수업 시작이네요. 모두 파이팅!"
공식 채팅방에는 이런 말이 올라왔고 그 '시작'의 첫 타자는 다름 아닌 나다. 경력자라는 이유인지 우연히 일정이 그렇게 맞닿아서인지 올해의 첫 수업은 나부터 시작이다. 물론 비대면 수업이라 부담은 덜하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비대면 수업이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아이들이 듣고 있는지, 보고 있는지, 내 말과 내 마음이 잘 전달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 어려운 걸 뚫어야 하는 것이 '비대면'이다.
몇 번이고 같은 것을 연습하고 zoom으로 내 모습을 녹화하여 나의 말투나 표정, 목소리를 들여다본다.
'이런....'
내가 보아도 좀... 늘어지고 지루한걸? 나는 신나게 한다고 했는데 아침부터 아이들을 다시 꿈나라로 보낼지도 모르겠다. 나의 '되풀이'에는 왜 이렇게 발전이 없는 것일까. (몇 년 전에도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했으므로 내가 다시 이야기하기도 입 아프고 지겨운 스토리.)
사실 나는 화술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스피치 수업도 들어 보았다. 발표불안이 있는 강사라서 나 나름대로는 자구책을 마련하고자 했던 것. 하지만 '되풀이'를 '간헐적'으로만 했더니 그것도 별 소용이 없었다. '되풀이'는 정말 매일같이 되풀이해야만 그 결과가 드러날 수 있는 것이었다. 마치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과도 비슷해 보인다. 영어도 한 달, 두 달, 몇 년을 멀리했다가 다시 돌아와 보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영어는 내게 늘 처음이다;;) 나의 '습관 라인'에서 조금만 이탈해도 그것은 이미 내 것이 아닌 것이 된다.
가만 보면 삶도 그러하다. 매일같이 '사는 일'을 자꾸자꾸 되풀이해야 내 것이 된다. 제대로 사는 일을 자꾸 놓아 버리면 그 삶은 진짜 삶이 아닐지 모른다.
그래야 삶이 끝나는 뒤풀이 때 마음껏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되풀이하는 시간보다는 모든 것을 끝마치고 뒤풀이를 하는 시간이 더 즐겁다, 라고 이 글을 시작하며 말했다. 하지만 뒤풀이에서 웃으려면 되풀이 과정을 사랑해 버려야 할 것이다. 그게 삶에 대한 사소한 예의라 믿는다.
(그...그런데 뒤풀이 시간은 언제 오려나... 벌써.. 노..놀고 싶은...)
(사진 출처: Pexels@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