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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Aug 10. 2024

케이크 손

케이크 인생은 정말 달콤했을까

들키지 마, 너가 너라는 거, 너가 케이크라는 거



(스포 주의)



달콤한 케이크. 정말 맛있는 케이크. 그런데 이 달콤한 케이크는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나일까, 혹은 너일까? 케이크를 만드는 손, 혹은 케이크를 으깨는 손은 누구일까.


여기 경계에 서 있는 한 친구가 있다. 남자처럼 생겼다고 '수영' 대신 '현수'라고 불린다. (실제 이름은 '현수영'이다. '안혜리'는 수영을 현수라 부른다.) 안혜리와 현수영, 이 둘은 어릴 적부터 친구다. 아니 친구와 친구의 경계다. 아니 어쩌면 보호자(주인) 개의 경계다. 현수는 원룸촌에 살면서 그 경계 너머에 있는 혜리의 집을 오간다. 혜리에게 종속되어, 그가 때리라면 때리고 짖으라면 짖는 '친구' 혹은 '개'이다.


그런데 이렇게 개로만 살아도 괜찮을까?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현수는 이런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나쁜 게' 나쁜 줄도 자각하지 못했고 자신이 '나쁜 개'가 되어 가는 줄도 몰랐다. 그저 이렇게, 아빠를 모르는 아이, 엄마가 귀찮아하는 딸아이로만 살았다. 그게 편했다.


하지만 어느 날 '케이크 손'을 가진 자를 만난다. 세상이 보면 색안경을 쓰고 볼 어떤 아저씨. 한때 사무관이었다는 그가 어쩌다 그 영광의 자리에서 내팽개쳐졌는지는 잘 모른다. 어쩌다 동네를 배회하며 '케이크 손'이 되어 무언가를 으깨고 다니는 처지가 되었는지, 현수(영)는 그의 과거는 잘 모른다. 모르지만 그의 말동무가 되고 그의 쓸모 가치를 증명하는 하나의 방편 혹은 도구가 된다. (말상대 혹은 학업 과외라는 장치를 통해.)



이 소설을 읽으며 일전에 읽은 '오렌지와 빵칼', 혹은 '아몬드' 혹은'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이런 책들이 떠올랐다. 솔직히 이 작가님의 전작인 '다이브'를 읽었을 때는 오늘과 같은 감흥은 좀 덜했다. 하지만 현수의 서사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는 이 가느다란 줄다리기에 내 심장이 함께 오그라들었다. 현수처럼 숨을 쉬고 현수처럼 이명이 올 것만 같았다. 잠깐씩이지만 내가 현수가 된 것만 같았다.


선과 악의 경계를 모른 채로(혹은 외면한 채로) 경계에 있는 현수, 양심과 불량의 경계에서 세상이 쥐어준 이름 그대로 살아가는 현수. 그러나 어쩌면, 아주 딱 한 번쯤은 현수 대신 제대로 '현수영'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현수.


누구에게나 어두운 면은 있지만 '선'을 넘는 어두움은 세상에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현수가 그 바깥 테두리에서 애쓰는 모습, 세상에서 이리저리 '얻어 터지는' 모습은 내가 외면해 왔던 누군가의 얼굴들과 닮았다. 자꾸만 내게 금전을 부탁하는 옛 청소년 친구의 얼굴을 하고 있기도 하고, 난데없이 나타나 내 청소년 아이들에게 돈을 뜯어갔다는 그 청소년 친구의 얼굴을 하고 있기도 다. (그런데 돈을 가져갔다는 그 청소년마저 처음에는 꿈 많은 내 어린 청소년 친구였던 적이 있었다.)

아니 현수가 가끔 짓는 표정이 나와 닮았을 수도 있다.



그래도 어딘가 다른 곳이 있지 않을까 두리번거리는 '현수영'의 마음을 생각한다. 결국에는 자기 이름 '현수영'을 꼭 찾으리라는 바람과 믿음으로 '현수영'의 미래를 나 혼자 애써 그려 낸다. 가해하는 마음과 가해하는 자신을 미워하거나 미워하지 않는 냉소적인 마음들. 그런 마음들이 온통 뒤섞인 채 세상의 그림자로 살아가는 현수.


현수는 껍질을 수 있을까.

아니 그 껍질을 깨는 것이 과연 현수일까.




1일 1소설 핫썸머* 프로젝트!

하루 한 권의 소설을 느긋이 읽고 하루 한 번 조급히 리뷰를 올립니다. 소설 한 잔으로 이 쨍쨍한 여름을 뜨겁게 마셔 버립시다, 렛츠기릿 +_+

(핫썸머*: 외래어 표기법 대신 일상 언어 표기를 따름.)


*추신: 이 리뷰(작품 해독)에는 오독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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