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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Aug 13. 2024

아침 그리고 저녁

해거름, 어부의 시간

어떤 노인의 아침은 저녁이다



(스포 주의)



아기의 탄생, 그리고 바로 다음 페이지로 넘기니 노인.

아침의 시작, 그리고 바로 다음 페이지로 넘기니 (인생의) 저녁.


누구나 삶 그다음은 죽음, 혹은 그 무엇. 그러나 우리는 마지막을 잊은 듯이 우리 삶을 마구 써 버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돌아서서 깨닫는다. 벌써 내게도 노을이 진다고?


상실과 떠남. '요한네스'는 그래도 무탈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얼마 전처럼 가족이, 친구가, 이웃의 누군가가, '아직'은 그곳에 있었더라지금보다는 조금 더 '더할 나위 없는' 삶이었으리라.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삶, 노인의 삶. 그래서일까? 요한네스, 아직은 살고 있지만, 요한네스, 자꾸만 자꾸만 자기 생에서 가벼워진다. 이유는 모르지만 오늘 아침은 몸이 전과 달리 가볍다.


무거워 보이지만 동시에 가볍기도 것이 인생. 곧 떠날 수 있는 삶과 뿌리 박힌 삶 사이에서 언제라도 구름과 연기가 될 수 있는 것이 또한 인생.


"하지만 그도 가고 없다."


가고 '없는' 사람들만 '있는' 곳. 그곳에 남아 맞이한 아침, 그리고 저녁. '어제'를 게워내고 나면 그나마 견딜 만했던 아침, 그리고 하루들. 우리가 좀체 마주하기 싫었던 아침을, 그래도 끈끈히 버티어 냈던 것은, 어쩌면 '사람'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부대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찰음이라도 낼 수 있어서 내 목소리를 내가 들을 수 있고, 내 마음을 나 자신이 눈치챌 수 있었던 걸지도...



매우 적은 분량이었지만 의식의 흐름 같은 서술로 인해 처음에는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끈기 있게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아쉬운 마지막 책장. 그사이 요한네스는 내가 되었다가 요한네스가 내가 되었다가,우리는 서로 그 무엇도 아닌 무언가가 되었다. 그러다 쓸쓸한 반전. 이것이 인생의, 혹은 자연의 순리구나, 깨닫는다.


표지나 제목과는 달리 조금은 적적,

그러나 내일 맞이 아침 그리고 저녁이 더없이 소중해지는,

읽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게 하는,

그런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



 


1. 관전 포인트: 아침 그리고 저녁 사이에 우리가 할 수 있거나 해야 할 일들 돌아보기

2. 명장면(한 줄): "자네가 사랑하는 건 거기 다 있다네, 사랑하지 않는 건 없고 말이야."(133쪽)

3. 추천 독자: 오늘 하루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사람




1일 1소설 핫썸머* 프로젝트!

하루 한 권의 소설을 느긋이 읽고 하루 한 번 조급히 리뷰를 올립니다. 소설 한 잔으로 이 쨍쨍한 여름을 뜨겁게 마셔 버립시다, 렛츠기릿 +_+

(핫썸머*: 외래어 표기법 대신 일상 언어 표기를 따름.)



*추신: 이 리뷰(작품 해독)에는 오독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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