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책장봄먼지 Oct 01. 2024

피켓팅 요건

불완전한 도전

선배님께 여쭙는다. 이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임영웅 콘서트' 티켓팅에 무려 두 번이나 성공한 분이시다. (순전히 자신의 엄마를 위한 도전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서울 공연'을 도전해 보려는데 너의 노하우가 필요해. 피시방 이용은 어떻게 해?



친구야, 우리 동네 피시방에는 키오스크가 있더라. 거기서 회원 혹은 비회원 이용권으로 시간을 설정하고 비밀번호 종이를 받아. 그리고 원하는 자리에 앉아서 비밀번호를 입력해. 시간은 연장할 수 있어.



-결제수단은?



친구야,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해. 페이든 신용카드든. 난 페이로 했었는데 '새로고침'을 하는 바람에 갑자기 뒤로 확 밀렸어. 새로고침 하면 안 돼.


나는 하나씩 받아 적는다. 새로고침 금지. 결제수단 미리 준비. 페이로 할 경우 현금 넣어 놓기.



-찬구야, 주의할 게 있어.

-뭔데?


친구야, 팝업 차단 해제! 그거 중요해. 허용해야 해. 티켓팅을 위해서는 해제, 허용. 그리고 중요한 팁이 하나 더 있어. 해당 사이트 다른 공연!



-그게 뭐야? 다른 공연은 왜?



친구야, 네가 예매하려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다른 공연을 미리 결제해 보는 거야. 아니 결제 직전까지 가 보는 거지. 암호 문자 넣는 것은 없나, 네가 결제하려는 수단은 어디에 있나. 좌석 유무에 관한 표시는 어떻게 되어 있나.



아하아하. 미리 결제 (직전)까지 해 보는 거 정말 중요하겠다. 나는 또다시 꼼꼼히 받아 적는다.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 보자.

1. 새로고침 금지

2. 결제수단 준비

3. 팝업차단 해제

4. 오픈된 다른 공연으로 미리 결제 직전까지 연습



작년엔 경기도 티켓팅 도전이라 그나마 무난했다.



그러나 이번엔 서울이라 벌써부터 손에 땀이 난다. 마우스'질'을 못하는 내가 과연 서울 공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윽고..... 어제...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아, 그런데 저녁에 부모님과 햇상강을 사러 다니느라 쏘다녔더니 너무 피곤해서.... 또 '이 나이'에 피시방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다 늦은 저녁 시간에 나가기가 갑자기 멋쩍기도 해서... (흠... 변명이 길다...)

그냥 집에서 한번 해 볼까? 나는 아이디와 비번을 찾아 티켓팅을, 피켓팅을 준비하기로 했다. 팝업 차단을 해제하고 미리 결제 방법도 모색해 보았다. 운이 좋으면,, 어쩌면 뒷자리라도??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티켓.. 아니 피켓팅...


누르자마자 2000명 대기, 2분 후 1800명 대기... 한참 기다리니 "예매를 준비해 주세요."라고 대기가 거의 끝났음을 알려 주지만... 등골이 이미 싸~하다. 예매 시작 시간 6분 후 겨우 접속이 가능하여 일단 들어가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들어가 보니... 역시나...



선택 가능한 자리가 한 자리도 남지 않았다. 단 한 자리도...




그렇다. 피켓팅(피나는 티켓팅)의 요건은 '열정'이다. 피시방에도 가지 않았던 열정으로 무엇을 바란 것인가.

그렇다. 피켓팅의 요건은 '노오오오력'이다. 무려 '서울' 공연인데 나는 일말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그렇다. 피켓팅의 요건은 '하늘의 감동'이다. 난 하늘을 감동하게 만들 재주 나부랭이가 전혀 없었다. 그저 시험 삼아 티켓팅에 도전했다.



온갖 열정과 노력과 감동의 방법으로 티켓팅에 도전한 자만이 서울 공연을 거머쥘 자격이 있다.

공 들이지 않는 탑은 무너진다.



나는 큰 공을 들이지 않았으니 공을 들인 누군가가 내 '최애'의 앞 좌석에 서는 것이 마땅하고 온당하다.

그들의 빛나는 응원을 기대한다.

그 응원으로 더욱더 빛이 날 내 '최애'를 응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애 마무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