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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Dec 09. 2024

나의 '자연 최애'는...

어제 성당에 다녀오던 길,


참새 무리를 만났다. 땅바닥에서 옹기종기 삼십여 마리가 무언가를 주섬주섬거리고 있었다. 겨울을 맞이하려는 모습으로 나뭇가지와 바닥을 오가며 아주 분주하고도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유독 사람을 피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먹는 게 더 급해 보였다.)


"하, 귀엽다"


아부지 입에서 귀엽다는 말이 나왔다. (비판적, 냉소적 반응을 잘 보이시곤 하는 아버지지만 참새의 귀여움 앞에서 녹으신 모양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새가 쥐보다 더 무섭다고도 한다. 휙 날아가 버릴 때 놀라게 해서 그런 걸까? 하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눈앞에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우리 집 식구들은 새들을 자주 관찰해서인지 새에 대한 경계심은 적다. 특히 덩치가 아주 조그마한 참새들은 귀여워하는 편이다.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새가 참새야!"


이건 아부지 목소리다. 오잉? 아부지가요? 평생 처음 듣는 고백이다.

"진짜요?"

"응!"

긍정하는 소리가 경쾌하다. 참새들도 이 소리를 들었다면 기뻐했을 텐데. 자연다큐 전문가, 여든 넘으신 우리 아버지가 그동안 보아 온 모든 새 가운데 참새를 선택하셨다니!

"전혀 몰랐네? 어? 나도 아부지처럼 정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가장 좋아하는 조류, 가장 좋아하는 포유류, 가장 좋아하는 어류... 이런 걸 정해 놓아도 좋지 않을까?


연예인 '최애'도 그렇다. 일단 정해 두면 삶의 의욕이 생긴다. 무언가에 지쳤을 때 '힐링 포인트'가 되어 준다. 정해 두는 것과 정해 두지 않는 것은 '은근' 삶의 질이 다르다. (어제도 난 큰 슈퍼를 갔다가 최애의 노래가 울려 퍼져, 잠시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신나게 내적 춤을 추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잠깐이지만 기쁨이 차오르던 순간이다.)


우리도 각자 '자연 최애'를 정해 두면 어떨까!


갑자기 나의 '자연 최애'를 만나면 그날은 계 탄 날! 어쩐지 행운이 다가올 것만 같은 날! 이런 날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거다. 심신이 지쳤을 땐 '최애멍'을 때리면 되고~(밑져야 본전이다. 이왕 사는 거 나만의 '기념'을 따지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나의 '자연 최애'를 정하기로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네 발 달린 동물은... 음... "라니! 고라니!" (지난주 목요일에도 두 마리의 고라니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것처럼 동산에서 내려와 왔다 갔다 우리 앞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녔는데 그 모습이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넘쳤다. 너무 예뻤다. 유해동물 지정은 내 마음에서 접어 둔다.)


그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새는.... 뭐로 하지? 까치? 곤줄박이? 직박구리? 동박새? 어치? 동고비? 아, 못 정하겠는걸? 너무 많다. 직박구리 얼굴이 자세히 보면 정말 '겁나' 귀엽다. 까치들은 자주 눈에 뜨여서 그 소중함을 잊기 쉽지만 총총 뛰거나 뒷짐(?) 지고 슬슬 걷는 팔자걸음 자세는 내 맘에 평온과 미소를 준다. 아, 못 정하겠다. 이건 차차 정해 봐야겠다. 아,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프리지어와 치자!


뒤숭숭한 이 시국에 이런 '자연 최애 정하기'가 무슨 큰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자연처럼 자연스럽게 사는 일도 꽤나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다. 순리를 따르는 자연의 논리대로 인간의 삶도 그렇게 흘렀으면 좋겠다.


자, 일단 자연 최애를 하나는 정했으니, 이제 최애 영상을 보거나 최애의 특징(서식지, 습성 등)을 살펴야지. 그리고 최애의 최애(먹이, 취미 등) 찾아봐야지. 최애를 향한 첫걸음, 슬슬 시작해 보련다.


나의 최애가 공원 바닥에 남기고 간 흔적... (사생팬의 직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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