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AI비서 활용법
굳이 요약해 줄 필요는 없는데 요즘 자꾸만 내 통화를 요약해 주는 스마트폰. 그 덕분에 나는 효자가 되었다.
<미세먼지 주의보 속 산책 말리는 효자>
내 동생은 요약된 제목들이 웃겨서 화면을 갈무리하여 저장까지 해 놓았다. (아빠가 늦게 퇴근한다고 하자, 나의 쌍둥이 조카가 자기 아빠에게 투정을 하였나 본데, 이걸 앱에서는 이렇게 요약해 주었다.)
<아버지의 늦은 퇴근과 늘어가는 자식의 한숨>
한번은 쌍둥이 조카 하나가 내게 전화를 했다. 집에서 혼자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데 잘 모르겠다며 알려 달라고 한다. (자기 엄마는 동생을 데리고 이비인후과에 갔고 아빠는 지금 회사 점심시간이라 수학 문제를 가르쳐 줄 수 없다고 한다.) 외출 중이었던 나는 영상 통화로 수학 문제를 갈무리(캡처)하여 확인한 후, 다시 전화로 수학 문제에 관해 조카와 심도(?) 있는 수학적 대화를 나누었다. (다행히 쉬운 문제였다.) 이 또한 AI가 살뜰히 통화를 요약해 주었다.
그 외의 통화 요약들도 신기할 정도이다.
(때때로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무튼 와우. 이 녀석 뭐야?
내가 한 말을 허투루 흘리지 않고 살뜰히 요약해 주며, 심지어 낱낱의 대화를 말풍선으로까지 표현해 준다. 고것들을 하나씩 누르면 통화 음성까지 세세히 들린다. 이야... 세상 참 좋아졌다.
이런 기능. 업무를 할 때는 더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일일이 기억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기록해 주는 가상현실 세계의 만능 심부름꾼. '알아서 척척' 하는 적이 없는 나에게는 이런 비서가 유용하다. (특히 글을 쓸 때는 자판을 일일이 누르는 것도 귀찮을 때가 있다. 그래서 녹음 앱을 이용하여 '텍스트 전환'을 누른다. 또 네이버 블로그에는 '음성'으로 글자를 입력하는 기능이 있다. 이것을 활용하여 글을 쓰면 은근 편리하다. 와. 진짜 글쓰기까지 쉬워졌네??)
그런 의미에서 고백하자면.. 지금 쓰는 이 글도 말로 녹음한 후, 기록된 음성을 '텍스트 변환' 하여 붙여 넣기를 하고, 그 후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고 최종 감수를 하여 '쉽게' 올려 보는 글이다. 정말 사는 게 참 쉬워졌다(?).
나 사는 건 어째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은데
이 세상이 살아가는 방식은 점점 쉬워진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이 정도로 요약을 그럴듯하게 잘하는 비서라면...?
내 인생은 뭐라고 요약해 줄까?
삶이 모두 끝나고 AI 비서가 내 인생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끈질기게 살아가긴 했으나 큰 소득은 없는 삶?
도전에게서 도망가기 바빴던 삶?
자기 자신 사랑하는 법은 잊은 삶?
하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다. AI 비서가 내 삶을 제대로 요약하도록 오늘부터 나의 이 하루에 조금 더 충실해 보자.
내 인생은...
지금부터 내가 스스로 요약해 보자.
(나도 나만의 AI 비서로 취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