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청소년 소설 코너에 집착하는 이유
서점에 가면 가장 먼저 청소년 코너로 향한다.
거기에는 (각기 이름은 다르지만) 나를 기다리는 청소년들이 있다. 정확히는 청소년들이 나오는 청소년 소설들이 있다.
어느 서점에서는 매대 위에 놓인 청소년 소설 가운데 내가 읽지 않은 소설이 거의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땐 정말 청소년 소설계의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다.
내가 벌써 청소년 소설 독자계에서
이 정도라고?
물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청소년 소설 덕후다. (내 주변에서 딱 두세 사람 정도만 나의 이 덕후력을 알아준다.) 경제적 사정이 팍팍한 순간에도 청소년 소설은 웬만하면 꼭 구입하려고 애쓴다. (내가 안 데려오면 누가 데려가! 이렇게 '청소년 소설 나라'의 애국자가 되기도 한다. ) 여러 책을 사고 싶은데 한두 권만 골라야 한다면 꼭 청소년 소설을 고른다. 마치 여러 미래 가운데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우리의 미래여야 한다는 듯이..!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내가 왜 이렇게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지?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1. 내가 청소년 시기를 별생각 없이 건너와 뒤늦게( 다 늙어서) 사춘기가 오는 중이라?
2. 청소년들과 함께한 시간이 그립고 아쉬워서? (내 안에는 '내 인생 최고의 청소년들'이 추억처럼 살고 있다.)
3. 내가 아직 철이 안 들어서? (아, 이건 좀 아니다.
내가 철이 안 든 것은 맞지만 청소년도, 청소년 소설도 이미 완전한 자기만의 세계가 있으니까, 함부로 철이 안 든 부류라 평하면 안 될 것이다.)
4. 아직도 마음만은 청춘이라??
5. 청소년들이 여전히 궁금하고 또 궁금해서?
그러다 방금 덮은 책장의 <작가의 말>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었다.
어른들은 그저
조금 나이가 많은 청소년
내일 이 책의 독후감을 쓸 생각인데 마지막 페이지를 남기고 깨달았다. 내가 청소년 소설에 집중, 아니 집착(?)하는 이유... 내가 청소년이라 그렇다....! 아직 알아야 할 세상이 많고 아직 힘에 부치는 일들이 많고 여전히 인간이, 삶이, 이 세계가 어려워 방황한다. 청소년들의 고민이 지금껏 내 안에 살고 있다. 청소년이라 청소년 소설이 끌렸나 보다. (그런데... 혹시 정작 청소년들은 청소년 소설을 안 읽는 걸까? 청소년 소설 코너에서 청소년들과 마주친 적이 딱 두 번밖에 없다... 기분 탓이겠지..?)
청소년 소설만큼이나 시대를 닮은 책, 시대를 한 발 앞서 보여 주는 책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AI 같은 소재는 정말 예~~~~전에 나온 소재 축에 든다.) 사람들이 청소년 소설의 매력을 꼭 한 번쯤은 느껴 봤으면 좋겠다. 그림책 좋아하시는 어른들 많으시던데 우리 청소년 소설도 많이 많이 사랑해 주세요!!
어쨌건, 어떤 이유든 간에 결론적으로 나는 청소년 소설이 이유 없이 좋다. 이유 없이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점은 축복 중에도 '상축복'이 아닐까.
서점에서 나의 동선은 늘 청소년을 향한다. 앞으로도 나의 발길과 손길과 눈길은 청소년 소설에 오래오래 머무를 듯하다. 이런 덕후로서 서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그저...
청소년 소설이 서점의 구색 맞추기용 벽장 코너가 아닌, 서점 중앙에 버젓이 놓일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의 청소년들이 이 세상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는 일 없이 이 지구의 가장 아름다운 중심에 서기를,
바라고 바라 본다. 왜냐...
난 청소년 소설 덕후니까..!
청소년 소설 안에서 만난 청소년들, 청소년 소설 밖에서 만난 청소년들을 모조리 다 응원하고 싶은 청소년 덕후니까.
《청소년 소설에 입덕 중》 매거진 연재를 마무리하며 한마디를 보태 본다.
청소년
(청소년 소설)
많이 사랑해 주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