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만 해 봤지, 만들어 보기는 처음
출판권설정계약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들어가면 표준 양식을 받을 수 있다. 출판사의 상황이나 특색에 따라 항목을 일부 수정해서 자기만의 계약서 양식을 만들면 된다.
http://www.kpipa.or.kr/info/publisherFormDown.do#
작가님과 계약을 하기로 한 날, 나는 충주로 향했다. 표준 양식을 바탕으로 계약 사항을 만들고 검토한 뒤 하루 전에야 작가님께 계약서를 보내 드렸다. (더 여유 있게 점검하도록 미리 보내 드렸어야 하는데 급히 보낸 면이 있었다.)
작가님은 그 전날, 꼼꼼히 계약서를 확인하셨다. 사전에 듣지 못한 사항이나 조율할 사항들에 관해 당일 합의를 해 보자고 하셨는데 그 합의 사항이 궁금하여 직접 내가 전화를 걸었다. 저작물 저작 및 출판 비용과 전자책 인세에 관한 내용이었다. 저작물 저작과 출판에 드는 비용은 전부 출판사에서 부담하기로 했었는데 그 부분에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아 계약서 조항을 다시 설명해 드렸다. 전자책 부분은 우리 출판사 측에서 상향 조정하는 게 옳다고 판단하여 작가님께서 제시하신 사항과 조율하여 적절한 범위로 조정하였다.
종이 계약서의 조항들은 예비편집자 시절, 공부도 해 보았고 여러 번 살펴보기도 했다. 내가 계약서에 서명한 적도 있어서 그때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숙지하기도 했다.(그래도 모르는 용어가 있고 부족함이 있다는 건 절대 안 비밀.) 계약서에 사인만 해 보았지, 직접 조항들을 따져 보며 만들어 가기는 처음이라 낯설었고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전자출판계약서는 나의 미숙함 탓에 인세의 적정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작가님께서 웹소설을 써 보신 경험이 있어서 관련 사항을 더 잘 알고 계셨다. 작가님의 의견이 타당하여 상호 합의하여 적정선을 맞췄다.
체계를 잡아가는 출판사라지만 더 세심하고 더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반성하고 앞으로 앞으로 더 성실히 나아가야 한다.
‘나’라는 닭의 알. 아직 어미닭이 품고 있는 날것 그대로의 상태인가 보다. 알아 가야 할 부분이 참 많다. 이 많은 걸 언제 다 깨치고 껍질을 부수어 이 출판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까, 조급해지고 애가 달 때가 있다.
줄탁동시지(啐啄同時之)라는 말이 있다 한다. 암탉이 알을 품은 지 3주 후에 어미 닭은 밖에서 안으로, 병아리는 안에서 밖으로 재잘거리며 껍질을 쪼면 3일 후에 껍질은 깨지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고. 나도 한번 해 보자. 줄탁동시지. 세상이 내 껍질을 쪼아 주고 내가 내 안에서 무수히 쪼아 댄다면.. 내 미약한 편집자 부리로 콕콕거리다 보면 세상과 나, 동시에 만나는 날 있지 않을까?
열심히 편집자 바다에서 자맥질을 해 보자. 움직이고 또 움직이다 보면 알을 깨고 마침내 부화하지 않겠는가. 소설가 이상의 ‘날개’에서처럼 ‘날자, 날자, 날아보자꾸나’ 할 날이 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내 겨드랑이에서 편집자 날개가 돋아날 날을 기다려 본다. 날개가 돋으려면 좀 간지러울 게다. 뚫고 나올 즈음엔 많이 아플 수도 있을 것. 그래도 내 왼쪽, 오른쪽 날개에 귀한 작가님들을 모시고 이 세상을 비상할 날, 힘차게 꿈꾸어 보련다.
편집자 날갯짓. 오늘도 멈추지 말고 고고~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