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훈과장
아주 우리 훈언니, 훈과장이야, 훈과장!
디자인 감수를 받으러 편집디자이너 쌤을 기다리고 있는데 전 직장 동료이자 여덟 살 어린 내 친구 황이 전화를 걸어왔다.
“훈~~”
“웅. 황~~”
때마침 황의 전화. 디자인 감수를 받게 된 것도 황이 2019년 초에 알려 준 책 만들기 수업에서 그 인연이 시작된 것. 황은 “내가 뭘~ 알려 주기만 했을 뿐인디.” 라고 겸손해한다. 하지만 나는 이게 다 ‘황의 덕’이라며 진심 담은 너스레를 과하게 떤다.
“황이 백수인 나를 위해 나한테 어울리는 수업도 알려 줬잖우! 내가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랑 좋은 인연을 만들어서 이렇게 우리 출판사에 디자인 감수까지 받게 되고!”
“에이, 훈! 또 과장한다, 과장! 이거 완전 훈언니는 과장쟁이 훈과장이야, 훈과장!”
“응? 훈과장? 와. 나 과장커녕 대리 한 번 못 해 봤는데 단번에 과장 승진이닷! 응, 나 계속 훈과장할래. 과장녀, 훈과장!”
못 말리겠다는 듯 친구 황은 과장녀 낙인을 내게 신나게 찍어 주고 전화를 끊는다. 그랬다. 난 얌전한 것 같지만 손이 쓰는 글자 혹은 입이 뱉는 글자로는 ‘오버하는 일’이 잦다. 연애할 때도 사랑을 죄다 쓸어서 퍼 주는 편이고, 조카들을 사랑할 때도 물불을 안 가리고 허리 끊어져라 내 몸과 마음을 불사르는 편이다. 지인에게 무언가 감사한 일을 있을 때는 신이 나는 이모티콘으로 광란의 춤사위를 상대에게 건넨다. 급기야 작가님들께도 훈과장의 면모를 발휘한다.
“작가님~~~작가님 원고가 워낙 좋아서 과하게 몰입하면서 편집했쪄요.”
“작가님, 어이쿠. 수고라니요. 안 힘들었어요. 저도 기쁘게 신나게 편집했습니다요.”
감정의 수평을 일정하게 맞추고 희로애락을 고르게 정리정돈하고.. 감정에 있어서는 나, 이런 거 잘 안 된다. 특히 편집자 개인 취향을 저격하는 원고다, 싶으면 훈과장은 ‘과장’이라는 감정적 직함에 어울리는 격렬함을 분출한다.
“대표님, 이 원고 와~ 완전 와~ 던데요! 어떠세요, 대표님은?”
과장녀의 면면을 꼭 드러내고야 만다.
그러고 보니 나, 좀 ‘과장’이 입에 뱄나? 진짜 훈과장인가!
그래도 작은 출판사를 대형출판사라고 ‘뻥’ 치는 일이 아니라면,
글 다룰 줄 모르면서 세상의 모든 작가님 글을 다 편집할 수 있는 것처럼 과대광고하는 일이 아리나면,
허풍의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좋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좋다좋다좋다”라고 말하고 살고 싶다.
오늘도 얼쑤~
씬이 나~씬이 나~게 과장하련다.
“작가님, 이번 에피소드~ 쥑이는데요~~ 뿅 반했답니다!”
이럴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