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차일드 하삼

by 봄플

안녕하세요.

월요병 치료제, 예술 라디오입니다.


이번 가을은 우리들에게 다가오기도 전에 작별인사를 건네받은 느낌입니다. 수시로 오던 비는 우리를 더욱 무겁게도 했었죠, 유독 이번 해에 비가 많이 왔던 것 같습니다. 가끔 오는 비는 달가우면서 자주 오던 비는 지치게 하는 게 참 아이러니할 뿐입니다.


비 온 뒤 내리쬐는 햇살은 아스팔트 위로 윤슬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런 날 비 온 뒤 아스팔트를 기억의 팔레트 삼아 지친 마음을 싱그럽게 해 보는 건 어떨까요.


19세기말, 차일드 하삼이라는 화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특별히 비 오는 날을 좋아했던 사람이었죠. 날씨 좋은 파란 하늘보다는 비가 오고, 눈이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에 캔버스를 꺼내 들었습니다.


1888년,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4월의 봄비가 내렸습니다. 마차를 모는 마부도, 지붕에 올라앉은 승객도, 마차에 오르려는 사람들도 모두 우산으로 비를 가렸지만 편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하삼의 눈에는 달랐습니다. 화면 전체가 촉촉한 봄비에 흠뻑 젖어 있었고, 비에 젖은 거리는 반짝이는 팔레트가 되었습니다.

차일드 하삼_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봄비 1885.jpg 프레더릭 차일드 하삼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봄비〉 1885


하삼은 풍경화에서 대기와 빛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던 사람입니다. 그의 캔버스에는 밝고 화사한 색채와 미국의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비 온 뒤 아스팔트 위로 내리쬐는 햇살처럼, 교회를 감싼 나무 그늘 사이로 스며드는 빛처럼, 모든 순간은 각자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일드 하삼 no.48553, The Church at Gloucester, Oil, 1918, 차일드 하삼.jpg no.48553, The Church at Gloucester, Oil, 1918, 차일드 하삼


차일드 하삼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평화로움을 발견했듯이, 오늘 우리도 출근길 빗방울 속에서, 점심시간 햇살 속에서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월요일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졌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도 당신의 팔레트가 아름다운 색으로 채워지길 응원합니다.


지금까지 월요병 치료제, 예술 라디오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술 치료라는 분야가 있듯, 월요병을 겪는 분들께 작은 치유를 전하고자 시작했습니다. 예술을 매개로 감정이 정돈될 수 있도록, 가벼운 감상과 짧은 호흡으로 한 주의 문을 천천히 열어드리려 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 기획은 저에게도 의미 있는 실험작입니다. 형식과 분량, 주제 다루는 결을 다양하게 바꾸며, 콘텐츠 기획 및 글짓기 역량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도 연재 형태로 더 깊고 차분한 시도를 이어가고자 준비 중입니다. 이곳 브런치에서의 구독과 응원이 다음 이야기를 품게 하는 큰 숨이 됩니다.

함께 걸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오래, 곁을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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