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홀쇠

by 봄플

칼 홀쇠(Carl Vilhelm Holsøe, 1863-1935)는 빌헬름 함메르쇠와 왕립 미술 학교에서 만나 평생의 친구가 되었고, 두 사람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덴마크 실내화의 대표적 화가로 자리 잡았다. 흔히 함께 언급되는 두 화가이지만, 그들의 작품은 미묘하게 다르다. 함메르쇠의 그림이 절제된 무채색과 침묵의 무게로 관객을 압도한다면, 홀쇠의 그림에서는 창문 햇살이 공간에 밝은 온기를 더한다. 같은 고요 속에서도, 함메르쇠는 실존의 무게를, 홀쇠는 일상을 이야기한다.


* 지난 글 ‘빌헬름 함메르쇼이’ 참조(관련 브런치글 바로가기)


Carl Holsoe, Interior with Garden.jpg Carl Holsoe, Interior with Garden


노출되지 않을 권리


홀쇠는 1894년 에밀리 하이제와 결혼했고, 그녀는 그의 가장 빈번한 모델이 되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아내의 뒷모습을 그린 그림들이 유독 많다. 창가에 서서 책을 읽거나, 서랍장 앞에 서 있거나, 자수를 놓는 여인. 그녀는 언제나 관객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예술가와 모델 사이의 동의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표정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아내를 '작품의 소재'로 소비하지 않겠다는—그녀를 타자의 시선에 완전히 내맡기지 않겠다는—화가의 약속처럼 보인다.

오늘날 상대방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사적인 추억을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전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들이 '나의 삶'을 증명하는 콘텐츠가 되고, 상품성으로 내몰리며, 그렇게 살고 있는 '척'하는 데 그친다. '나의 예술'을 완성하는 재료가 되는 순간, 거짓으로 포장된 어설픈 예술은 과연 무슨 이야기를 남기려 하는지 쓸데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Carl Holsoe, Interior with the artist's wife seated at an open door, Date unknown,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jpg Carl Holsoe, Interior with the artist's wife seated at an open door, Date unknown, oil on canvas
Carl Holsoe, Lady by the window, Date unknown,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jpg Carl Holsoe, Lady by the window, Date unknown,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침묵하는 그림, 말하는 태도


홀쇠의 그림은 고요하다. 함메르쇠가 국제적 명성을 얻은 절제되고 은은한 모더니스트 그림과 달리, 홀쇠의 가정적 작품들은 비교적 직접적이고 심지어 자연주의적인 방식으로 평온한 덴마크 실내를 제시했다. 그의 캔버스 위에서 시간은 멈춘 듯 흐르고, 햇살은 마룻바닥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여인은 자신만의 세계에 잠겨 있다. 그러나 이 침묵 속에는 소란스러운 자기 과시가 없다. 화가는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기 위해 슬픔, 분노, 그리움, 욕망으로 아내를 배치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그녀가 존재하는 방식, 그녀가 빛을 받는 순간, 그녀가 머무는 공간의 평화를 기록했다.


그림은 고요하고 차분하지만 작가의 배려는 사랑스럽고 다정하다.

가까이 있으되 침범하지 않는다.

관찰하되 전시하지 않는다.

사랑하되 소유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Carl Holsoe, Mother and Child in a Dining Room Interior, Date unknown.jpg Carl Holsoe, Mother and Child in a Dining Room Interior, Date unknown
Carl Holsoe, Interior with the artist's wife, Date unknown,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jpg Carl Holsoe, Interior with the artist's wife, Date unknown,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갤러리 없는 날: 프라다 브이로그' 연재 중에 있습니다.

링크: 미술작품 에세이 바로가기 (브런치,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글과 함께 음악을 들어보세요!

링크: 플레이리스트 바로가기 (유튜브, 매주 화목토 오후 9시 30분)




이전 10화빌헬름 함메르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