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는 러시아(라트비아) 태생의 유대계 미국인 화가다. 10세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뉴욕에서 예술 활동을 시작했으며, 추상표현주의 중에서도 ‘색면 추상’의 대표 작가로 평가받는다. 초기에 신화와 종교적 내러티브를 다뤘지만, 1940년대 말부터 색면 추상 양식으로 전환하며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로스코는 잭슨 폴록, 바넷 뉴먼 등과 함께 ‘뉴욕 스쿨’이라 불리는 미국 현대미술의 중심에 있었고, 그의 대표작은 뉴욕 현대미술관과 내셔널 갤러리, 휴스턴의 ‘로스코 채플’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생전에는 우울증과 건강 악화로 고통받았으나, 1970년 세 번째 작업실에서 삶을 마감했다. 사후에는 ‘치유’, ‘명상’, ‘내면과 대화하는 예술가’로 새롭게 재평가받으며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2012년, ‘오렌지, 레드, 옐로’가 약 8,700만 달러에 경매된 사건은 그의 작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보여준다. 그러나 로스코는 명성이나 상업적 가치보다 예술의 본질에 집중했다.
“나는 색과 형태의 관계 따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비극, 황홀경, 운명같이 근본적인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만일, 당신이 작품의 색채들 간의 관계만 가지고 감동을 받았다면 제대로 작품을 감상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마크로스코, 2023, 마로니에 북스, 57p)
이처럼 로스코의 '구매를 위한 사전 면접'은 구매자의 내면을 얼마나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그의 캔버스는 넓고 번지는 색과 모호한 경계를 지닌 채 한눈에 보면 단순하고 획일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수십 번에 걸쳐 색을 겹겹이 덧칠함으로써 미묘한 감정과 시간의 층을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만, 지나치게 장식적이고 소비적인 유행성 미술은 쉽게 질려한다. 마치 타이포그래피 프린팅 티셔츠가 잠깐 유행하고 사라지듯, 겉보기의 화려함만으로는 예술의 본질을 느끼기 어렵다. 로스코의 색면 앞에서는 오히려 침묵과 절제의 미학이 무엇인지, 말을 적게 할수록 내면을 더 깊이 바라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수집가들은 작품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손쉽게 소유할 수 있는 작품과 달리, 로스코의 색면을 집에 들이는 일은 각오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사람들은 유명 작품을 투자나 과시의 목적으로 구매하기도 하지만, 그 명성 때문이 아니라 작품 자체와 마주하는 순간마다 작가의 고뇌와 시간, 반복되는 시도와 실패, 삶의 깊이를 대면해야만 한다. 누구나 그릴 수 있을 듯한 단순함 속에서도 진심과 자존감이 필수적이며, ‘그 그림을 소유할 자격이 있는지’, ‘작가의 회화의 가치가 있는지’를 스스로 끊임없이 묻게 된다.
내면의 울림과 자기 성찰이 이 공간의 핵심이다. 해설이나 사진 촬영도 제한되어 있다. 휴스턴의 로스코 채플에서는 침묵을 지키며 작품을 감상한다. 관람객들은 설명 없이 오랜 시간 벤치에 앉아 그림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을 들여다본다.
로스코의 색면 앞에 서면, 단순함은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두께와 깊이, 미묘한 색의 변화가 오히려 관람자인 나 자신을 오랫동안 바라보게 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 노을, 도시, 자연의 표정, 잊고 있던 내면의 풍경들을 떠올린다. 마치 내 삶에 겹겹이 쌓인 감정들이 색면 위에서 흘러가는 듯, 다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한동안 그의 그림 앞에 서서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말을 많이 한다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고, 글의 양이 많다고 좋은 글은 아니듯, 예술의 크기나 명성보다 내면의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침묵을 통해 체험한다. 진짜 예술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며, 그 앞에서 나는 치유와 성찰, 그리고 새로운 용기를 얻는다.
로스코는 “그림만 잘 그리는 환쟁이가 있는가 하면, 작품의 생명력과 상상력을 숨 쉬게 하는 예술가가 있다.”라고 말했다. (마크로스코, 2023, 마로니에 북스, 24p)
그의 그림은 단순한 색의 배열이 아니라 시간의 축적, 침묵의 절제, 삶과 예술의 본질을 끝없이 되묻게 한다.
결국 나는 그의 구매 사전면접에 통과할 수 있을까? 로스코의 작품 앞에서 깊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순간, 예술이란 삶의 깊이를 묻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진실한 질문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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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플레이리스트 바로가기 (매주 화금 오전 11시 30분) http://www.youtube.com/@springp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