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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Dec 07. 2020

치유하시는 주님을 만나다.

열 두해 혈루증을 앓던 여인처럼(2)

2018년 9월 23일.

찬양팀 싱어로 다시 예배의 자리에 서게 된 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어지럼증에 계속 시달렸던 나는 당시 똑바로 서있는 것조차 많이 힘들었다. 그런 내가 사람들 앞에 20분 동안 서서 찬양한다는 것은 쓰러질 것 만같은 두려움과 불안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용기보다는 간절함이 컸던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첫 번째 찬양이 시작되자마자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 이렇게 쓰러지면 어떡하지? 내가 예배를 망치면 어떡하지?' 온갖 생각과 불안이 나를 감쌌다. 회중들의 모습도 흐리게 보였다.



그런데, 그 순간 작은 믿음의 생각이 올라왔다. '괜찮아. 하나님이 함께하신다고 하셨잖아! 그래 힘들면 쓰러질 수도 있지 뭐, 하나님이 도와주실 거야!' 도저히 당시의 내가 생각할 수 없었던 생각. 돌아보면, 성령님께서 도우셨던 순간. 나는 믿음으로 그 생각을 붙잡았다.



"쓰러져도 괜찮아! 쓰러진다고 해도 찬양할래!"



선포하고, 찬양의 가사에 집중했다. 그렇게 두 번째, 세 번째 신나는 찬양을 함께 부르니 갑자기 힘이 생겼다. 어지럽지도 않았고, 기쁨으로 찬양할 수 있었다. 땀이 범벅이 된 채로 내려왔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작은 믿음이 나를 살린 것 같았다.  





다시 일상을 살아갈 때, 어지럼증은 여전히 찾아왔지만 찬양의 자리에 설 때마다 잠시나마 자유로워졌다. 우울과 아픔뿐이었던 일상에 찬양이 조금씩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싱어로 서기 위해서는 일주일 동안 많이 듣고 불러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찬양을 가까이하게 되었다. 가사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들리기 시작했다.



믿음의 선배들의 진솔한 고백이 단단히 굳어있던 내 마음을 녹였다. 가사의 내용들이 자꾸 내 이야기 같아서 많이 울었다. 왜 그렇게 많이 울었는지, '주님'이라고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렸다.



어렵게 어렵게 찬양팀 자리에 섰을 때, 하나님은 모든 마음을 아신다는 듯 치유해주셨다. 따뜻한 찬양의 가사들로, 말씀으로 조금씩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예배를 사모하게 되었다. 의무감이 더 컸던 예배가 삶의 가장 큰 기쁨이 되었다. 매주 예배를 통해 회복되는 귀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나를 그 자리에 세워주신 것이 너무 감사했다. 연약하고 부족하고 죄 투성이었던 나를 살려주시려고 다 예비하시고 그 자리에 불러주셨던 것이다. 내 어지럼증은 단번에 좋아지지 않았다. 완전히 나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나를 연단시켜주셨고, 인내하는 그 시간이 힘들었지만 감사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주님이 보여주셨고 살게 하셨다.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앓아 온 한 여자가 있어

많은 의사에게 많은 괴로움을 받았고 가진 것도 다 허비하였으되 아무 효험이 없고 도리어 더 중하여졌던 차에

예수의 소문을 듣고 무리 가운데 끼어 뒤로 와서 그의 옷에 손을 대니

이는 내가 그의 옷에만 손을 대어도 구원을 받으리라 생각함 일러라

이에 그의 혈루 근원이 곧 마르매 병이 나은 줄을 몸에 깨달으니라

예수께서 그 능력이 자기에게서 나간 줄을 곧 스스로 아시고 무리 가운데서 돌이켜 말씀하시되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시니

제자들이 여짜오되 무리가 에워싸 미는 것을 보시며 누가 내게 손을 대었느냐 물으시나이까 하되

예수께서 이 일 행한 여자를 보려고 둘러 보시니

여자가 자기에게 이루어진 일을 알고 두려워하며 떨며 와서 그 앞에 엎드려 모든 사실을 여쭈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

- 마가복음 5:25~34





나는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운다. (이 정도면 내가 울보인 것은 안 비밀....)

저 여인의 마음을 너무 잘 알겠어서...



많은 의사를 찾아갔고, 가진 것도 다 허비하였는데 그 병은 고쳐지지 않고 더 아파왔을 때, 그 여인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심지어 당시 혈루병은 부정한 병이라고 여겨 사람들 사이에서도 소외당했을 것이다. 외롭고 고통 속에 있는 그녀는 살고자 예수님의 옷자락을 붙잡는다.



그런 그녀에게 예수님은 굳이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고 물으신다. 여자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나아갔을 때, 예수님의 첫마디는 너무 따스했다. 모두 부정하다고 피한 그녀에게 "딸아"라고 불러주신다.



그녀의 마음 깊숙한 아픔까지 치유해주고 싶으셨던 주님.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너는 평안히 가라. 앞으로도 건강하렴.


스윗한 주님.



작년 한 해 함께해주셨던 멘토 목사님이 떠나시기 전, 나를 위해 기도해주시다가 전해주신 이 말씀은 바로 나에게도 들려주시는 예수님의 따뜻한 위로였다.




성경을 읽을수록 예수님은 아픈 자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고치시고 죽은 자도 살려주셨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리고 '나도 고쳐주실 거야'라는 믿음이 조금씩 생겼던 것 같다.



2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난 지금, 주님과의 첫사랑을 잃어버린 것 같은 마음이 들 때면 그 날을 떠올린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여전히 죄와 싸우고, 넘어지며 삶의 문제들도 가득하다.



그럼에도 믿음으로 길을 걷다 보니, 죽을 때까지 '하나님을 찬양하는 예배자로 살고 싶다'는 고백을 하게 하셨다.



나는 너무 부족하지만, 주님을 찬양하는 순간이 정말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 하나님이 그만하시라고 할 때까지 절대 먼저 이 사역을 내려놓고 싶지 않다. 삶의 모든 우선순위를 '찬양하는 예배자'로 두기를 소망한다.




하나님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커스 워십 - 주 은혜임을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오늘 하루가 주님의 은혜임을 느끼게 되었던 찬양.


"주 나의 모습 보네 상한 나의 맘 보시네

주 나의 눈물 아네 홀로 울던 맘 아시네

세상 소망 다 사라져 가도 주의 사랑은 끝이 없으니

살아가는 이 모든 순간이 주 은혜임을 나는 믿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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