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브의 데일리룩
살이 찌는 것은 불가항력이다. 현실을 살아내는데 스트레스받아서 맛있는 것을 와구와구 먹다 보면 어느새인가 살이 겨울잠을 대비하는 다람쥐 마냥 쪄있다. 다람쥐는 귀엽기라도 하지.
사실 통통이라는 말로 부드럽게 표현하지만 사실 내
현재 상태는 퉁퉁 에 가깝다. 퉁퉁이란 말의 어감에 느껴지듯이 면이 퉁퉁 불다. 만두가 퉁퉁 불었다. 뭐 그런 뉘앙스의 상태이다. 사진을 조금 잘 찍는 편이라 다들 안 믿지만 나는 대한민국 평균 여자 체중보다 훨씬 더 많이 나간다.
사실 굳이 체중계를 안 올라가 봐도 살찌는 징후는 여러 가지로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잠기던 바지버클이 턱도 없이 안 잠긴다던지. 거울 보는데 유난히 부은 것 같은데 그게 안 가라앉는다던지. 부모님의 구박이 날로 날카로워진다던지 등등. 그리고 왠지 몸이 무겁다. 진짜 무거워져서 그런 거 같다.
대한민국은 통통한 여자에게 박한 편인 거 같다. 그런데 어쩌라고? 마인드로 다니긴 하지만 여기저기서 통통한 여자를 까내리는 말을 들을 때면 마음이 아프긴 하다. 뭔 죄를 졌다고 그냥 남들보다 먹성 좋고 소화흡수율이 높은 효율적인 몸을 가진 것뿐인데... 어깨 넓고 키 크고 골격 좋고 체격 좋다는 것은 남자입장에서는 부러울 일이다. 다만 내가 여자로 태어나서 조금 괴로울 뿐...
사람들은 건강문제를 이야기하곤 하지만 나는 나름 건강하다. 피검사를 몇 번 하고 혈압을 몇 번이고 다시 재도 다 정상이다. 원래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편이라 살이 안 쪘어도 운동전공 했냐는 소리를 듣곤 했었다.
살이 엄청 찔 수 있다는 것도 재능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본적 있다. 체질적으로 마르고 살 안 찌는 사람은 억지로 찌웠을 때 몸이 못 배기고 다시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골격과 체질등 여러 가지가 받쳐줘야 살도 찌는 거라고. 이게 축복인 건지 저주인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통통한 여자이다.
어쩔 수 없다. 내가 과거를 되돌려서 살이 찌지 않게 조심한다던지 현재의 내가 신개발된 알약하나 먹고 살이 쫙 빠지는 마법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고 일단은 가지고 있는 이 몸에 맞춰 옷을 입고 살아야 한다. 식단관리고 운동이고 생활습관개선이고 차차 해나가야 한다지만 일단은 이 몸에 적응해야 한다.
통통해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젠가 살 뺄 거라 생각하고 후줄근하게 입고 다닌다. 물론 과거에는 통통한 여자를 위한 옷이 많이 없긴 했다. 요새는 비만율이 높아져서 인지 빅사이즈 의류시장이 꽤 발달해서 생각보다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만이 있다면 디자인이 무난하지 않고 품질차가 크다는 것. 그냥 평균여자 의류시장과 빅사이즈 여자의류시장의 크기를 생각하면 평균여자 의류시장이 훨씬 크니까 디자인도 더 내 취향에 맞는 옷이 있겠지만 어쨌든 빅사이즈 무난한 예쁜 옷은 경쟁률이 세서 구입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 매거진은 나의 데일리룩과 옷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냥 무라카미 하루키의 T라는 책을 보면 티셔츠에 얽힌 이야기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쏘냐 기분이 들어서이다.
내가 좋아하는 세일러카라 니트에 맨날 입는 H라인 흑청치마를 입었다. 코트는 무난한 쓰리버튼 코트를 입어줬다. 옷에 얽힌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해보겠다.
상의 : 플라스틱 아일랜드
하의 : 인터넷 어느 쇼핑몰(어디서 샀는지 모름)
아우터 : 애드호크(중고가게에서 구매)
콘셉트 : 단정하고 무난함에 약간의 여성스러움
플라스틱아일랜드의 옷이다. 인터넷으로 예전에 구매했다. 원래 세일러카라를 좋아하는데 넓은 어깨의 나한테는 사실은 잘 안 어울리는 스타일이긴 하다. 카라 깃이 넓어 어깨가 더 넓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예쁘니 입게 된다. 세일러카라의 기원은 아마 군복에서 항해하는 군인들이 제복으로 입던 데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게 일본의 교복에 채택되면서 우리들이 알고 있는 세일러복의 디자인은 세일러문의 이미지가 강하지 않을까. 아님 어렸을 때 부모님의 교복디자인 같을지도 모르겠다. 이거 입고 다님 어른분들이 옛날 교복 같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셨다. 그래서 이런 옷을 입을 때는 조금 다른 디테일들을 없애는 편이다. 옷이 조금 독특한 면이 있으니 다른 부분을 조금 힘을 빼준다. 짙은 네이비에 화이트 라인과 단추가 꽤나 산뜻하다. 평범한 디자인 같아도 생각보다 눈에 띄는 디자인이다. 마음에 든다.
정말이지 이 치마는 만능치마다. 짙은 그레이에 물 빠진듯한 이 색감은 웬만한 캐주얼 상의들과 잘 어울린다. 디자인도 심플하면서도 몸매를 예쁘게 보이게 해서 휘뚜루마뚜루 잘 입는다. 단점이 있다면 뒤트임이 적어 걸을 때 불편하지만 뒤트임이 적기에 라인이 더 이쁜 것 같다. 요새는 긴 기장감의 스커트가 더 활동성이 편하고 성숙해 보인다. 치마길이가 짧아야 섹시한 옷 같지만 사실은 몸매를 잘 드러낸다면 치마길이가 길어도 성숙한 아름다움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내가 작년 겨울 잘 입던 패딩을 어디에 걸려 찢어버려서 급하게 중고매장에서 코트 두벌을 구입했는데 아주 잘 입고 있다. 밑에 사진을 첨부하자면 이렇다.
1,2 사진의 코트가 쓰리버튼코트인데 상태는 괜찮다. 중고매장에서 구입했는데 텍도 달려있었는데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 코트는 무게감이 조금 있어서 디자인은 예쁜데도 잘 안 입기는 했다. 오히려 3,4 코트를 더 잘 입고 다니는데 얇은데도 울 함량이 높아서 그런지 꽤 따뜻하다. 사진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블랙보다 네이비코트가 더 느낌 있다. 나는 올블랙이 잘 안 어울리는데 너무 답답해 보인달까 그런다. 그럴 때는 차라리 아우터 색상을 살짝 바꾸거나 이너 색상을 밝게 하거나 살색의 면적을 드러내어 덜 답답해 보이게 한다.
나는 통통한 여자이지만 옷을 좋아하고 잘 입고 싶어 한다. 그래서 통통하지만 이런 옷 저런 옷도 입어보며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다. 패션의 완결은 얼굴이니 패션의 완성은 몸매이니 누군가는 내가 틀렸다며 비아냥거릴 수는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아껴주는 마음도 필요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