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것이 싫증난 사람들
나는 못 말리는 당근러버이다. 먹는 당근 말고 당신 근처의 마켓 당근(홍보 아니다. 그냥 엄청 이용한다.) 중고거래 플랫폼인데 우리 지역만 뜨다 보니 직거래가 쉽다. 그리고 물건마다 다르지만 상태 좋은 거의 새 물건을 무척 싸게 판다. 나는 팔기도 팔고 나눔도 많이 하고 사기도 많이 산다.
올해 초여름쯤 친구들과 여행 가기로 한 날 아침에 급하게 준비하다 툭하고 쳐버려서 전신거울을 넘어뜨려 깼다. 인터넷으로 대충 보고 사서 폭도 좁고 길이도 짧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거울이었지만 깨질 줄이야. 이 참에 비싸고 예쁜 거울을 살까 뒤져봤지만 내 통장 잔고를 보고 조용히 장바구니를 지웠다. 그리고 당근을 뒤지다가 앤틱 한 화이트 전신거울을 나눔 한다기에 재빨리 신청을 하고 받아왔다. 거치대 있는 구조라 또 깨 먹을 일 없고 상태도 좋았다. 이거 완전 러키비키잖아! 갖고 싶던 디자인 색상에 무료다. 양잿물도 마실기세이다.
저번에 당근에서 가죽재킷 구매 성공 후로 왜인지 모르게 부푼 마음을 가지고 당근을 뒤지다 예쁜 벨벳 크롭점퍼를 보고 또 한달음에 달려가 사 왔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어디에나 어울릴법한 디자인에 약간은 귀엽고 발랄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 입고 갔던 착장에도 어울려서 한컷 찍어보았다.
가방은 카즈하가 매서 유명한 자라가방이다. 이 전에 유나가 매서 유명해진 가방디자인과 흡사하다.
왼쪽이 유나가방이고 오른쪽이 카즈하가방이다. 유나가방은 어디나 휘뚜루마뚜루 매치가 되고 무난해서 살까 했지만 유명한 탓에 길 가다 과장 보태서 열 명씩 든 게 보이는 가방이다. 그래서 노선을 변경해서 카즈하 가방으로 샀다. 이것은 아직까진 그렇게 유명하진 않는 듯하다. 사실 내 정확한 취향은 주름이 없는 유나 가방 쪽이지만 카즈하 가방을 사고 들고 다니며 정들고 익숙해지니 카즈하 가방도 꽤 훌륭하다. 로고 없는 고급 가방인가? 언뜻 그런 생각도 들고 튼튼하고 가죽이 구겨져 처리되어 있으니 오히려 막 써도 안심된다. 어느 옷에도 어울리는 마법의 가방이다. 사실 나에게는 프라다 테수토 호보백이 있었는데 쓰다가 명품백에 손이 안 가 일 년 정도 안 쓰게 되어 언니에게 선물했다.
대략 이런 가방인데 발랄하게 들기 좋고 어디에나 어울리고 포인트가 돼서 잘 들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로고가방이 조금 부담되게 느껴져서 언니에게 넘겼다. 어차피 언니가 카메라를 줘서 갚을 게 있긴 했다. 좋은 기회로 갚았다 생각한다. 나에게 그다지 필요 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요긴하게 쓰인다는 게 좋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