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 인생을 조종할 수 없어!

by 봄남

똑똑똑


레아의 엄마는 레아에게 얼음으로 가득 찬 노니주스가 담긴 유리컵을 상냥하게 건넸다. 엄마는 퇴근한 딸의 안위를 극진히 대접하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느끼는 듯 했다. 레아는 마침 할 얘기가 있다며 엄마를 자신의 앞에 앉혔다. 신이 난 레아의 표정에 엄마는 자동적으로 경계하는 눈초리를 지었지만 '뭔데 뭔데'라며 목소리는 더러 신이 나 있었다.


레아는 엄마를 강렬하게 응시하고는 짧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재현과의 결혼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엄마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안돼.”

“뭐야! 보지도 않았잖아. 이 오빠 엄청 괜찮아. 머리도 좋고, 자.. 잘생겼고, 회사에서 일도 잘한데.” 그녀의 마음이 다급해진만큼 바보처럼 말을 더듬었다.


“진작에 내가 너희들을 갈라서게 했어야 하는 건데. 그냥 사귀다 말 줄 알았다.”

“얼굴이나 보고 말하라고!”

“그림자만 봐도 안다. 그런 애들.”

“그런 애들? 엄마가 뭘 알고 그렇게 말해!”


주하가 발을 동동 구르며 엄마에게 성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대화의 흐름은 분명 잘못되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엄마의 허락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그녀의 선택을 그저 말했을 뿐. 그녀의 인생이고 그녀가 책임지면 되는데 말이다. 엄마는 그저 응원해 주면 되는 거였다. 그녀는 엄마의 이런 개입이 들어오자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다.


레아네 집안은 재현의 부실한 집안과 대기업을 다니지만 집을 구하기에는 택도 없는 그의 벌이가 못마땅했다.


늘 존경해 오던 엄마였지만 알고 보니 속물인 게 드러나자 실망이 쏜살같이 몰려왔다. 자신의 엄마가 부끄러워졌다.


엄마는 재현이 자신의 딸을 집 앞까지 데려다줄 때 창문 밖으로 엿보고 있었다. 그녀는 멀리서 봐도 그의 행색을 가늠할 수 있었다.


레아의 엄마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오래가지 않아 헤어질 것이라는 딸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대학 때 반짝할 줄 알았던 연애가 무슨 놈의 일편단심인지 아직도 만나고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걔 신혼집은 해 온다니? 차는 있고? 결혼식은 어디서? 또 도깨비 시장 같은 데서 할 생각이라면 말도 꺼내지 말아라.”

“제발. 엄마. 엄마한테 더 실망하기 전에 얼굴이라도 보고 얘기해. 나 엄마 말 잘 듣는 딸이잖아. 나를 납득시켜 봐. 막무가내로 이러면 나도 막 나갈 거야!”


그녀는 그 순간 그렇게 엄마가 싫었던 적은 없었다. 엄마는 늘 그녀의 편이었고 뭐든지 해달라는 대로 해주었지만 이번만큼은 태도를 달리 했다. 그리고 그녀의 제안을 1초도 망설임 없이 짓밟아 놓았다. 엄마는 레아를 한동안 노려 보더니 '날짜 한 번 잡아 보라'고 싸늘하게 대꾸하곤 그녀의 방을 나갔다. 그녀는 노니 주스를 벌컥 마신 뒤 얼음 조각을 잘근잘근 씹었다.


‘엄마는 내 인생을 조종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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