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결혼 반댈세!

레아, 래아 (26)

by 봄남

재현과 레아는 진성과 주하와 헤어진 늦은 저녁 레아집 쪽으로 나 있는 큰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골목길은 깨끗하고 단정했으며 부촌이라 조용했다. 언덕길이라 언제나 산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한두 번 온 것은 아니라 익숙해 질만도 한데 그 길을 오를 때마다 이상하게 숨을 몰아 쉬었다.


마치 그는 이 동네에 올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듯 동네가 그를 밀어내는 것 같았다. 잠깐잠깐 쏟아지는 주황색 가로등 불빛 열 개를 지나면 그녀의 집이 나온다. 그녀의 집은 무거운 검은색 철문이 양쪽으로 열리는 거대한 대문을 가지고 있었고 라임스톤으로 마감된 모던한 2층 단독 주택이었다.


“오빠.”

“응?”

“우린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까?”

“무슨 말이야?”

“우리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 끝?”

“그러니까…. 우리말이야. 결혼…. 할까?”


재현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결혼’ 이란 단어가 그녀의 입에서 먼저 나올 줄 몰랐다. 결혼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결혼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를 사랑하고 아꼈지만 그래서 정말 결혼하고 싶었지만 늘 뾰족한 수가 없었다. 특히 이런 대궐 같은 집에 사는 그녀와의 결혼은 상상으로도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눈과 입이 동그래져서는 조금 생각하다가 상기된 말투로 말했다.


“해야지.”

“정말?”

“… 준비가 다 되고.”

“준비?”

“결혼식 비용도 있어야 하고, 집도 있어야 하고… 이것저것?”

“첫 번째, 결혼식 안 해도 되고 두 번째, 집은 천천히 구하면 되고.”


그녀의 해맑은 눈에서 빛이 났다. 결혼이 이렇게 쉬울 일인가 싶어 재현은 머리만 긁적거렸다. ‘넌 정말 다 쉽구나!’ 그래서 좋았다. 재현은 삶이 늘 어려웠지만 그녀의 쉬운 결정이 정말이지 마음에 들었다.


“오빠 대기업 다니고 나도 일하고 집은 대출받으면 되고. 땡. 끝.”

“하하하하 진짜?”

“응.”

“하하하하하하.”


뭐가 좋은 지 재현은 웃음이 났다. 그래 그건 상상만으로도 신이 나는 일이었다. 맞았다. 그냥 서로 좋으면 되고 그래서 같이 살면 그만이었다. 그녀가 대단한 걸 바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는 갑자기 레아의 허리를 두 손으로 잡고 들어 한 바퀴를 빙 돌았다.


“결혼…. 하자.”


재현이 레아를 내려놓고 결심한 듯 말했다. 레아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재현은 이런 결정이 너무나도 즉흥적이어서 그리고 저돌적이어서 흥분되어 뛰는 심장을 귓속까지 느꼈다.


‘정말 이루어지는구나 너와 나.’


갑자기 재현이 결혼 준비를 해보자며 레아의 집 앞 계단에 앉아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얼추 계산해 보니 웨딩 비용까지는 재현이 그동안 모아 온 돈으로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결혼 식장, 스드메 (스튜디오 사진, 드레스, 메이크업), 꽃, 음식 등을 인터넷으로 보고 가격을 대충 가늠하고 있었다. 레아는 어느 때 보다 행복해했다. 그러다 그들은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니라 우선 양가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먼저 난리가 난 건 레아네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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