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반지는...

by 봄남

“안녕하세요.”


긴장한 재현은 최대한 단정하게 차려입고 왔지만 레아의 엄마는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손에서 땀이 차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엄마는 예의를 차리고 싶지 않은 지 거두절미한 채 아버지는 뭐 하시냐, 지금 사는 집은 어디냐, 신혼집 살 돈은 있느냐와 같은 노골적인 질문을 퍼부었다.


재현은 성심성의껏 대답했지만 그 어떤 대답도 그녀의 엄마에게 만족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젊은 청년이 그동안 열심히 살았네요. 오늘 점심은 내가 낼게요.”

“아닙니다. 어머님. 제가 대접해 드리는 건데.”

“어머님? 하하. 이 친구 넉살도 좋네.”


그녀의 엄마는 반색하더니 우아한 몸짓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레아는 “엄마! 엄마!”를 연신 외치며 잠깐 따라 나가는 척하더니 다시 재현의 옆자리로 돌아왔다.


“미안…”

“아니야. 네가 왜. 괜찮아. 나라도 나 같은 사위 데려오면 반대할 것 같아.”

“오빠가 어때서!!”


그는 그녀의 엄마의 반응을 보고 놀랐지만 침울하지는 않았다.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반대하는 부모님들의 폭력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경제적 차이 때문에 파혼되었던 이야기들은 많이 있으니 놀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레아의 부모님은 조금 다르 길 기대했다.


“오빠. 엄마 아빠가 반대하면 나 그냥 임신할래.”

“그러지 마…”

“싫어 난 오빠가 아니면 안 돼.”


재현의 입가에 쓴웃음이 번졌다. 그러다 재현은 레아에게 돌아 앉아 정말 진지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자. 우리 솔직하게 말하자. 맞아 어머님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어. 잘 생각해야 해 우리. 난 너한테 최고급 집도, 최고급 차도 해줄 수 없어. 네가 지금 누리는 것보다 훨씬 덜 누리게 될 거야.”

“오빠. 나한테 정말 왜 이래?”

“현실을 말하는 거야.”

“나 안 사랑해?”

“당연히. 사랑하지. 난 정말 널….”


목이 멘 재현이 말을 잇지 못하자 레아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나 다 괜찮아! 가난? 왜? 난 오빠가 없는 게 가난인걸! 난 괜찮아 오빠만 있으면. 차 없어도 돼. 집? 아무 데나 살아도 돼. 나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결혼반지만 해줘.”

“레아야…”







“그래?! 맞다. 레아네 집안도 반대했었지? 아주 드라마를 찍었었구먼.”


12시 15분 전 나는 진성의 맛깔라는 이야기에 눈이 반짝반짝해졌지만 이야기를 전하는 진성은 조금 피곤한 듯 하품을 했다. 나는 소파 위에 거의 반은 누워있었다가 이야기 듣는 것이 신이 나 어느새 등을 펴고 앉았다. 엄마가 갑자기 나오시더니 진성이에게 내일이 주말이니 자고 가라며 재현이가 입던 반팔 반바지를 내놓으셨다. 진성은 그런 엄마를 소파로 앉히더니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응 레아네 집 겁나 부자였잖아 누나.”

“야, 잠깐 우리 야식 먹자.”

“안돼. 나 관리해야 돼.”

“나 배고파. 곱창 시킬 거야.”


나는 아침부터 엄마와 실랑이를 하다 어렵게 손님을 치른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아야 한다며 입 속의 유희를 갈구했다.


“뭘 또 시켜!”


엄마의 공격. 나는 엄마의 공격 펀치를 유연하게 몸을 구부려 피하듯 처참히 무시하며 휴대폰을 들었다. 노인네 목소리는 언제나 앙칼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더 악랄해진 것 같았다. 아버지의 기에 눌려 살다 이제라도 활짝 펼치겠다고 작정하신 듯 말이다.


“엄마! 내가, 내가 먹으려고. 누나랑 내가. 나 곱창 좋아하거든.”

“아이고 우리 진성이가 먹는다면 시켜야재. 응 응.”


어쭈. 진성이 놈은 우리 엄마의 높은 언성이 불편했는지 재빨리 센스를 발휘했다. 영화 속 스턴트맨들처럼 얼씨구절씨구 엄마와의 대화에 합이 맞다.


“레아네 집이 엄청 부자였어.”

“그랬구나. 엄청? 얼마나?”

“누나 주위엔 없을 걸 그런 부자.”

“오… 걔가 그럼 그럴 만도. 그래그래 생각이 나려고 한다. 그때 나도 엄청 반대했었거든…”

“누나는 왜?”


우리 집안은 레아네 집안이 너무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것에 기분이 상해 있었다. 레아와의 결혼 준비는 처음부터 삐그덕 거렸다. 게다가 악재가 낀 것처럼 다른 문제도 터진 게 화근이었다.


“그때 아빠가…”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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