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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남 Apr 17. 2024

STRANGER

꺄아악!!”


그것은 움직이고 있었다! 


“누… 누구세요?”

“아… 아이고.. 아파라.”


그것은 다름 아닌… 날파리였다. 아니 그런데 우리와 조금 다르게 생겼잖아…! 엄청 큰데?


“안녕. 나는 트라야.”


묵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커다란 연갈색 몸체, 뒤로 말린 날개. 분명 우리와 같은 날파리 같은데 조금 다르게 생겼다. 조금…. 그러니까 더 세련되고 어딘지 모르게 잘생겼다.


“안녕. 나는 탄. 그런데 이름이 기네?”

“넌 한 글자네? 하하하하.”


그가 호탕하게 웃자 긴장이 좀 풀렸다. 


“어디에서 온 거야?”

“나? 난 부엌.”

“뭐?!”


‘부엌’이라는 단어에 무리가 일제히 하던 일을 멈추고 트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부엌이라고??


“부엌? 진짜? 정말 부엌이란 곳이 있구나?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하하. 부엌 응. 부엌이 있지. 여기서 멀지 않아.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이곳에 오게 됐어. 그리고 여기서 너희들을 만났고.” 


나는 경계의 눈빛에서 환희의 눈으로 바꿨다. 트라야 말로 부엌에 대해 무리에게 말해줄 수 있는 유일한 증인일 것이다. 


“트라야… 호…. 혹시 레몬을 먹어봤니?”

“레몬? 그 노란색 말이야?”


레몬이라는 단어를 듣고도 이상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마치 늘 마실 수 있는 ‘물’을 이야기할 때와 같은 태도였다. 


“레… 레몬이 노란색이야?”

“넌.... 한 번도 본적이 없어?”

“어... 그러니까... 그래서 너 레몬을 먹어 봤냐고!”

“당연하지 하하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그는 배를 잡고 웃었다. 웃음이 사그라들 때까지 우리는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마침내 숨을 고르면서 웃음에 동조하지 않고 있는 우리를 보고는 갑자기 허리에 발을 올려놓고 심각해졌다.


“뭐.. 뭐야! 너희들 레몬을 먹어 본 적이 없어?”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대답을 회피했다. 레몬의 존재조차 의심했던 우리들이었다. 그런데 먹어 본적이 있냐니. 그의 반응이야말로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의 질문은 너무 순수하고 자연스러워서 나는 자격지심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그것 하나 못 먹어 봤냐’와 같은 조롱의 말로 들렸다. 나는 그가 반가운 동시에 굉장한 실패감을 느꼈다. 맞아 레몬은 정말 있었어. 


“음… 음. 먹…어 보긴커녕 본 적도 없다.. 음. 음..” 

“아아. 그으래 애? 그럼 나와 함께 부엌에 가자! 거기엔 먹을 것 천지야!”


그래 그곳에서 왔으니 가는 길도 알겠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늘이 우리를 도와주시는구나! 


“트라, 너를 따라 부엌에 가보고 싶어. 그런데 가기 전에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뭔데? 말만 해.”


나는 트라를 데리고 곧 있을 회의에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그를 증인으로 앞세워 우리가 가야 할 곳, 그러니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부엌에 대해서 말해주면 무리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의 허황된 나의 이야기도 가짜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우리는 조금 있을 회의를 앞두고 만발의 준비를 했다. 회의 장소인 검은색 책 앞에 모인 무리들에게 나는 부엌에서 온 트라에 대한 소개를 앞두고 짧은 연설을 시작했다. 무리의 제일 앞자리엔 루가 판단하는 눈빛을 하고 앉아 있었다. 그의 더듬이를 납작하게 해 줄 생각에 조금 흥분했다. 


“오늘은 부엌에 가는 것을 반대하시는 무리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날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제가 준비한 손님은 부엌에서 오셨거든요!”

“와….”


무리들의 조용한 함성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루는 당황하는 표정을 숨길 수 없었나 보다. 루의 표정이 침착함을 잃을 수록 나는 점점 힘을 얻었다. 차갑게 변한 그의 시선 뒤로 수근 대는 목소리들이 커져갔다. 그들의 당황한 표정들은 나의 목소리를 더 고조시켰다.  


“여러분. 여러분이 정말 가야 할지 말지는 오늘의 손님을 보시고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어렵게 모셨….”


그런데 포가 무대 뒤쪽에서 다급히 뛰어 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루의 입꼬리도 살짝 올라가기 시작했다. 포는 긴장한 표정으로 대뜸 귀에다 대고, 


“트라가 사라졌어!”

"뭐?"

"트라가 사라졌다고!"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이내 화가 날 만큼 매우 당황했다. 최대한 침착하게 무리 앞에서 말을 이어나갔다. 


“어렵게… 음. 음. 모셨는데요. 모시기 전에 잠시 쉬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원래 좋은 것일수록 천천히 봐야죠.”


나는 능청스럽게 무대를 마무리하고 서둘러 내려왔다. 무대 뒤편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나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바로 감지하고 아무나 한 명을 붙잡고 소리쳤다.


“트라 어딨 어!!!”

“그.. 그게 갑.. 자기 호… 화장실을 가신다며 나가셨는데 그 이후로 안 오십니다.”


나는 바로 빠른 속도로 고공비행을 하며 나갔다. 트라를 찾기 위해서였다. 뭐야. 왜 이런 중요한 순간에 없어지는 거야. 루의 표정을 생각하자 신경질이 올라왔다.


“트라!!!”


여기저기 돌려 봐도 트라는 보이지 않았다. 볼일 보러 나갔다가 설마 봉변이라도 당한 것인가? 아니면 반대쪽 사람이 눈치채고 납치라도 해간 것인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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