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의 시작을 알리는 월요일이 되었다. 다희는 1년 같은 주말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했다. 회사로 출근하는 것이 굉장히 오랜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봄이지만 아직 겨울의 기운이 남아 있는지 아침에는 옷을 따뜻하게 챙겨 입어야 했다. 아직은 차가운 아침 공기가 그녀를 설레게 했다. 진혁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될지는 아직 몰랐다.
이런저런 고민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사무실에 도착해 버렸다.
늘 그렇듯 진혁이 먼저 출근해 자리게 앉아 있었다. 간단하게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하고 다희는 다시 화장실로 갔다.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스타일을 다시 고쳤다. 그의 얼굴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다시 그녀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진혁은 없었다. 그리고 오전 내내 그는 보이지 않았다.
다희는 동료와 점심을 먹으며 주말에 있었던 일을 30분의 압축된 이야기로 말해 주었다.
“대박….”
정현은 남은 가락국수 국물을 서둘러 마시고 나서 한 마디 덫 붙였다.
“어쨌든 주찬씨를 정리한 건 잘한 거야."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이제 진혁 선배랑 잘해봐.”
정현의 말에 다희의 얼굴이 붉어졌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그들은 업무에 박차를 가했다. 일의 양이 많아져서 수다 떨 시간이 없었다. 진혁은 다희에게 사무적으로 대했다. 몇 번의 대화가 오고 갔지만 업무 외의 대화는 없었다. 그는 금요일 저녁 술을 마시고 집 앞에 왔던 일은 기억에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의 얼굴은 어느 때 보다 차가웠고, 일 때문에 진지했다. 다희는 사뭇 배신감이 느껴졌다.
진혁은 아침에 창 밖 너머 사무실로 걸어오는 다희를 보았다. 어느 때보다 예뻐 보였다. 그날 술을 마시고 집 앞까지 찾아간 것이 생각나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그날 남자 친구 있냐는 진혁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잠정적 거절이라고 생각했다. 진혁으로선 도저히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짓이었다. 그런 자신이 비겁하다고 느껴졌다. 그러자 그녀가 말을 걸어올까 봐 두려웠다.
다른 회사와의 미팅을 직접 가봐야겠다고 옆에 있는 재원에게 말하고 서둘러 나섰다. 마음의 혼란을 다스리기 위해 일에 더 매진했다. 혹시라도 그녀와 눈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온몸이 얼어버릴 것 같았다.
'아.. 쪽팔려.'
회사로 돌아온 오후에도 진혁은 알 수 없는 자존심에 그녀에게 더욱 쌀쌀맞게 굴었다. 그녀가 몇 가지를 진혁에게 물어봤다. 실로 아름다운 목소리와 미소였다. 목에서 푸른빛의 작은 보석이 빛이 났다. 시선을 어디다 둘지 몰라 그녀가 들고 온 파일을 응시했다. 진혁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마치 ‘지난번 일은 잊어 달라’는 듯 최대한 웃음기를 빼고 말했다.
'이게 아닌가..'
생각보다 더 차가운 인상을 남기는 것 같았다. 둘 사이의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모두가 퇴근을 하고 진혁만 남은 것을 확인 한 다희는 진혁에게 다가갔다. 무언가 따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모르는 척할 것이면 그날의 행동은 무례했던 것이 아니냐며 따질 참이었다. 그녀는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는 것을 참고 말했다. 전 남자 친구에게 어마무시한 손절을 했던 어제 일이 생각나 더 화가 났다.
“저..."
"네."
"금요일에 저희 집에 오셨 잖아요….. 기억나세요?”
“……..”
“왜 저한테 차갑게 대하세요?”
"......."
"저 남자 친구랑 헤어졌어요."
그녀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눈물을 닦아 주고 빤히 쳐다보다가
입맞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