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의 바쁜 나날들
뚜렷한 약속이 없는 12월이지만 여유도 없다. 왜 12월이 다가오면 그동안 미뤄온 일들이나 목표했던 것의 끄트머리라도 붙잡고 싶어지는 건지. 문득 다른 사람들의 12월이 궁금해진다.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연락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며 연락할 사람을 떠올려 본다. 해가 넘어가기 전과 후의 연락은 천지 차이니까.
사촌 동생에게 카톡을 보냈다. 한 명은 결혼을 앞뒀고, 한 명은 이혼했다. 두 아이를 다 만나야 한다는 게 조금 부담스러워서 미루기만 해 왔다. 바쁘면 안 볼 수도 있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불편해서 메시지를 보냈다. ‘결혼 준비 잘 되어가니? 시간 될 때 ○○랑 같이 보자.’ 이게 뭐라고 마음을 먹어야 보낸단 말인가. 집순이에 내향적인 성향이 강한 나는 한 번 약속을 잡고 나간다는 게 힘들다. 물론 나갔을 때는 집순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이 바깥나들이에 흠뻑 빠진다. 하지만 약속 장소에 나가기 전까지 취소 연락을 기다리는 마음은 늘 똑같다. 그럼에도 이렇게 연락을 주고받았더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12월의 복잡한 기분은 다이어리에서도 느껴진다. 남은 몇 장은 마지막을 향해가는데 중간이 텅 비어 있어서 씁쓸하다. 내년에는 안 그래야지 하며 새 다이어리를 힐끔 쳐다봤다. ‘내년에는 기필코 기록으로 꽉 채운 1년을 보내리라.’ 그전에 남아있는 몇 장을 마저 채워야겠다.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세월이 빠르다는 말을 반복한다. 정말이지 세월은 무심하게 빨리 지나간다.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부지런히 실천하라고 다이어리가 말하는 것만 같다.
1년을 되돌아보면 항상 아쉬움이 크다. 더 노력했으면 훨씬 좋아졌겠지? 그러나 반성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한다. 나는 앞으로 더 좋아질 거니까. 그것도 다방면으로 말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 ‘퓨처 셀프’에서는 6개월 후, 1년 후, 5년 후, 10년 후 모습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지금의 현재는 언젠가 과거가 된다. 미래를 향해 생각하되, 현재를 과거라 바라보며 살아보라는 내용이 나온다. 12월을 보내고 있는 내게 더할 나위 없이 와닿은 내용이었다. (참고로 이제 읽기 시작.)
현재 두 권의 책을 읽고 있는데 두 책 모두 ‘전망’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사전을 찾아보니
<1. 넓고 먼 곳을 멀리 바라봄. 또는 멀리 내다보이는 경치. 2. 앞날을 헤아려 내다봄. 또는 내다보이는 장래의 상황. >이라고 나왔다. 전망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1년을 어떤 나로 살아왔고, 내년의 나는 또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하루가 모여 1년이 되고 5년, 10년 이어질 미래를 그려보며 “프로가 되고 싶으면 프로처럼 굴어라.”라는 말을 같이 겹쳐 보았다. 좋아하는 말이기도 해서 자주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기도 한다. 어떤 분야의 프로가 되어본 적이 있었던가? 이제부터는 ‘프로’가 되어보자. 또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도 좋아한다. 아무 일이라도 하라고 나를 일으켜 세우기 때문이다. 아무 일이라도 했기에 벌어졌던 일이 대부분이었다. 마음만 먹고 있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했던 나를 칭찬한다.
올해 남은 날들을 더욱 촘촘하게 보내고 싶다. 기운찬 1월을 맞이하도록 당장 오늘 할 수 있는 일부터 미션 수행을 해보려고 한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시계 들고 뛰어다니는 토끼처럼 나는 지금 마음이 바쁘다 바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