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날들로 이어진다
나름 알차게 보냈던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그러질 못했다. 마음에 불편함이 쌓여갔고 글쓰기에 대한 흥미는 점점 미룸으로 변했다. 주변에 아는 사람들은 모두 글을 잘 써나가는데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았다. 책도 잘 읽히지 않았지만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읽은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읽다 말다가를 반복하던 어느 날 여러 책 중에서 한 문장이 와닿았다. ‘우리의 에너지는 우리가 집중하는 곳으로 흐른다.’ 이 한 줄이었다. 내가 집중하던 게 뭐가 있었더라? 자연스럽게 글쓰기가 즐거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때마침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서 개최한 ‘작가의 여정’이라는 팝업도 알게 되었다. ‘혹시 이곳에 가면 다시 글쓰기에 대한 도전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곧바로 예약을 눌렀다. 하지만 팝업을 가기까지도 두 번 세 번은 망설였다. 집 밖을 나가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든지. 집순이의 외출은 쉽지 않았다.
처음 가는 길은 낯설기도 하고 지도 앱을 봐도 조금 헷갈렸다. ‘성수역 3번 출구까지는 알겠는데….’ 대충 감으로 찍고 걸었다. 도착한 팝업에서는 브런치 작가들의 다양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고 글솜씨도 중요하지만 꾸준함이 먼저라는 걸 증명해 줬다. 작가가 작가에게 남기는 짧은 글과 메모 중에는 나처럼 글이 안 써져서 왔다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란 걸 대충 아는 것과 눈으로 확인하는 건 완전히 다르다.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나도 살포시 메시지를 적어서 붙였다. 가기 전까지는 괜히 헛걸음하는 건 아닐지 약간 걱정스러웠는데 잘 다녀온 것 같다. 에너지는 집중하는 곳으로 흘러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집중하지 못했던 건 나의 상태가 이유였다.
살다 보면 넘어지는 날도 있고 좋은 날도 있다. 그걸 아는데도 힘든 시기는 힘듦만 보인다. 이따금 별거 아닌 거에 크게 무너지기도 하고 또 별거 아닌 거에 툭툭 털고 일어났다. 싫었던 게 좋아지기도 하고, 좋았던 게 싫어지기도 하는 변덕도 항상 반복된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럴수록 나는 나에게 너그러워지는 법을 조금씩 배워나가는 중이다. 힘들면 괜찮아질 때까지 쉬어가도 된다.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 같아서 자책했던 시간도 지나고 보면 필요했을 수도 있다. 몹시 지쳤던 걸 몰랐거나 혹은 그냥 지나쳐 지내다가 끝내 몸이 반응했을지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집 근처에 다다랐다. 오랜만에 외출을 반겨주는 남편과 강아지 사랑이가 지하철역 앞에 마중 나와있었다.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이럴 땐 벅찬 행복감이 밀려온다. 내 편들이 웃으며 나를 기다리는 모습에 괜찮은 오늘이 완벽한 오늘로 완성되었다. 괜찮은 날들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