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흐르는 강물처럼'을 읽고

흐르는 강물처럼 묵묵히 받아들이며 나아가는 삶

by 봄여름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서 덮을 때면 개운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슬픔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책은 여운을 남겨주며 덤덤하게 말합니다. 상실의 슬픔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느끼는 바가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저에게는 주인공의 상실의 슬픔을 같이 따라가 보았던 것 같습니다. 한 소녀가 성장하면서 겪는 이야기는 내가 겪어보지 못한 삶이지만 어쩐지 멀게만 느껴지지 않았어요. 촘촘한 스토리를 읽다 보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 빅토리아 내시의 입장이 되어 흐르는 강물처럼 스며들게 되는 책입니다.





줄거리 요약


어느 날 한 소녀가 길에서 한 소년을 만나게 됩니다. 길을 묻는 그에게 첫인상부터 호감을 느끼게 된 토리.

(주인공 여자 이름 빅토리아 내시.)


앞서 걷는 남자의 뒤에서 걸어가다가 이내 같이 마주하며 짧은 대화를 하게 되고 둘은 서로에게 끌리게 됩니다. 하지만 남자는 인종차별을 받게 되어 이 마을에서 쫓겨나게 될 상황에 처합니다. 토리를 사랑하게 된 윌은 (남자의 이름 윌슨 문.) 떠나지 않고 산속에 숨어서 토리와 만남을 이어갑니다. 그러나 토리의 남동생 세스는 처음부터 윌을 싫어했고 결국 누나의 뒤를 밟기까지 하지요. 세스와 그의 친구는 불량한 10대 소년들이었고 결국 윌을 죽이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토리는 깊은 슬픔에 빠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집안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꿋꿋하게 해나갑니다. 사실 토리는 열두 살에 엄마와 이모 사촌 오빠를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잃고 남겨진 사람들인 아빠와 이모부, 동생과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토리는 집안일을 도맡아 하게 되고 마음 둘 곳 하나 없이 쓸쓸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윌을 만나게 되면서 다정함을 느끼고 삶의 환기가 되었던 것이었어요. 자신에게 더없이 상냥했고 사랑했던 사람인 윌을 잃은 상실도 컸지만 이미 토리의 몸 안에는 새 생명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잘 숨길 수 있었지만 점점 불러오는 배와 달라지는 외형을 더는 감출 수 없게 되자 토리는 떠나기로 합니다. 예전에 윌이 숨어있던 산속에 작은 집으로 가기로 결심하고 아빠에게 쪽지만 남긴 채 떠납니다. 자기를 찾지 말아 달라고요. 떠나는 길에 어릴 적부터 함께 한 말 아벨을 데리고 가지만 곧 아벨과도 이별하게 됩니다. 이제 토리에게 남은 건 뱃속에 아기뿐이었습니다. 깊은 산속에서의 생활은 생각한 것보다 녹록지 않았습니다. 자연의 현상 앞에서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므로 무섭고 두려운 현실에서 토리는 그저 묵묵히 견뎌냅니다. 아기를 지키기 위해서 선택한 길을 지켜나갑니다. 마침내 온갖 고난 속에서 아들을 출산하는데 산막에서 아기와 함께 살아가기는 어려웠습니다. 겨우 이주쯤 된 아들 베이비 블루를 데리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향해 길을 떠납니다. 그리고 이날 토리의 운명이 또 뒤엉키게 됩니다. 아들과 살기 위해 내려왔지만 소풍을 나온 한 가족을 만나게 되고 아기를 안고 있는 아기 엄마를 보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토리는 홀린 듯 이들의 자동차 뒷자리에 자신의 아들을 눕혀놓고 돌아서서 무작정 도망치게 됩니다. 순간적인 선택으로 베이비 블루와 헤어지게 된 이후 정신을 차리고 그 자리에 다시 가보았지만 아기와 사람들은 이미 떠나고 없었습니다. 대신 또 다른 아기의 엄마가 남긴 복숭아 하나를 발견하게 될 뿐이었습니다.


이후 토리는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오랜만에 만난 아빠는 토리와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병세가 악화되어 돌아가십니다. 세스도 없고 이모부도 없는 집은 이제 토리 혼자 도맡아 꾸려나가야 했습니다. 토리는 태어났을 때부터 살아온 아이 올라 마을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그곳에서 아빠의 복숭아나무를 옮겨서 삶을 이어나가는데요...


오랜 시간이 지나고 우연히 찾은 아들과의 마지막 장소에서 토리는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들의 또 다른 어머니로 살고 있는 그때 그 아기 엄마로부터 받게 된 편지로 인해서 다시 토리의 운명은 바뀌게 됩니다.






그러나 잔잔한 수면 아래에 신비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듯,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 특별함이 숨어 있었다.






그는 좀처럼 미래를 생각하는 일이 없었고, 과거를 돌이키는 일은 그보다도 없었으며,

후회도 아쉬움도 없이 오로지 현재의 순간만을 두 손에 소중히 담고서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경탄하는 사람이었다.

p.29





세상에는 슬픔을 넘어서는 슬픔, 펄펄 끓는 시럽처럼 아주 미세한 틈으로도

스며들어 버리는 그런 슬픔이 있다. 그런 슬픔은 심장에서 시작 되어 모든 세포로,

모든 혈관으로 스며들기 때문에 그런 슬픔이 한번 덮치고 가면 모든 게 달라진다.

땅도, 하늘도, 심지어 자기 손바닥마저도 이전과 같은 눈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된다.

그야말로 세상을 바꿔버리는 슬픔이다.

p.209





내게 닥친 일을 피하지 않고 기꺼이 마주하며 살아왔다고,

옳은 일을 하려고 애쓰며 살아왔다고 말해줄 것이다.

어떤 존재가 형성되기까지는 시간이라는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해줄 것이다.

윌이 가르쳐 주었듯이 흐르는 강물처럼 살려고 노력했지만,

그 말의 의미를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해줄 것이다.

p.416




얇은 구름이 흩어지고 윤슬이 반짝이는 걸 보며 생각했다.

내가 삶이라고 불러온 이 여정도 잠겨버린 이 강물과 비슷하지 않은가.

저수지로 만들어놓았는데도 온갖 걸림돌과 댐을 거슬러

앞으로 나아가고 흐르는 이 강물,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해

그저 그동안 쌓아온 모든 걸 가지고 계속 흘러가는

이 강물이 내 삶과 같았다.

p.430




그 짧은 순간, 내 인생의 역사가 다시 쓰였다.

p.431





읽는 내내 토리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까 어느새 제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더라고요. 마지막까지 읽고서 책에 나온 자연의 풍경을 상상하며 베란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나무들을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또 눈물이 났습니다. 잔잔한 감동이 전해져서였던 것 같아요. 약한 듯 강인한 한 여자의 인생의 과정을 지켜본 것 같았습니다. 나였다면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싶었고 처음에는 어떻게 아기를 버릴 수 있는지 너무하다고 생각했지만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고 한 사람의 일생을 엿보면서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기를 버렸다는 죄책감에 하루도 마음 편히 살지 못했던 토리는 괴로움 속에서도 자신의 인생을 책 제목 '흐르는 강물처럼' 받아들이고 흘려보냅니다. 마지막 결론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고 상황을 상상하게 되면 눈물이 날 수밖에 없답니다. 삶의 과정들이 잘 묘사되었고 막힘없이 술술 읽혔으며 소설을 읽는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들어준 작품이었습니다. 그런 의미로 이 책을 꼭 추천할게요.



책 '흐르는 강물처럼' / 셸리 리드


작가의 이전글[책] '두고 온 여름'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