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불빛의 집

Going Home

by 봄여름


“나는 노란 불빛이 좋아.”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언니를 쳐다봤다. 겨우 열세 살과 열여섯 살의 대화였다. 아파트 바깥에서 각각의 집을 바라보면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는 창문이 몇 개 있었다. 대부분은 차가운 형광등이었다. 그때는 그 차이를 몰랐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밖에서 보면 몇몇 집과 우리 집은 노란 불빛이다. 그 작은 차이가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진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왜 언니가 노란 불빛을 좋아한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11월의 공기는 제법 차다. 이제부터는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풍경이 조금 더 빠르게 찾아온다. 해가 짧아지고, 어스름한 저녁이 길어진다. 나는 여전히 봄과 여름의 사람이라 따스하고 밝은 햇살을 더 좋아한다. 날씨의 영향을 이렇게까지 많이 받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았다. 그건 예민한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이유를 알게 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나를 이해하지 못할 때와 ‘아, 그래서 그런 거구나.’ 하고 받아들일 때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해가 질 무렵 잠깐 동네를 걷다가 어느 순간 깜깜해진 날, 전원주택이 모여 있는 근처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차가운 밤공기가 코끝을 쨍하게 스칠 때, 집집마다 노란 불빛이 잔뜩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추워진 날씨 탓인지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가족들을 기다리는 집,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와 이 불빛을 마주한다면 하루 종일 고생한 몸과 마음까지 녹아내릴 것 같았다. 주택이라서 더욱 잘 보이는 불빛인데, 아파트도 바깥에서 보면 비슷하다. 한층 한층 올려다보면 어떤 집은 냉기가 느껴지고, 또 어떤 집은 따스함이 넘쳐나는 것만 같다.


그때 문득 귀에 맴도는 노래가 있었다. 김윤아의 〈Going Home〉.

“이 세상은 너와 나에게도 잔인하고 두려운 곳이니까

언제라도 여기로 돌아와

집이 있잖아, 내가 있잖아.”

잔인하고 두려운 세상 속에서 노란 불빛은 바로 그 ‘집’이었다.


결국 언니가 말했던 노란 불빛은 단순히 전구의 색깔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더 간절해지는 온기, 세상의 냉정함으로부터 우리를 감싸주는 ‘집’이라는 울타리가 품은 마음의 온도. 그 작은 노란 점이 세상의 모든 피로를 잠재울 힘을 가졌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언니의 나이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노란 불빛’이 되고 싶다고, 마음 깊이 간절하게 소원해 본다.



ChatGPT Image 2025년 11월 7일 오후 06_57_12.png 노란 불빛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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