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 않은 이야기

다시, 평온을 배우다

by 봄여름


며칠 전, 평소와 다른 사랑이의 낯선 기운을 감지했다. 언뜻 웃는 듯 보였던 표정부터 이상했다. 자세히 보니 어딘가 참아내는 기색이 은근히 스며 있었다. 아침 내내 이어지는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걸렸고, 결국 불안은 확신이 되었다.

‘사랑이가 아프구나.’

함께한 5년이 만들어낸 미세한 감각이 속삭였다.


사랑이는 다리를 떨었고, 몸까지 작게 경련했다. 추운가 싶어 온도를 높이고 따뜻한 이불을 덮어줬지만, 원래 같으면 금세 걷어찼을 이불 아래에서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좋아하는 닭가슴살도, 배추도 모두 거부했다. 늘 닭가슴살 삶는 냄새만 맡아도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돌아가던 아이였기에, 반응하지 않는 그 순간 마음 한쪽이 쿡 찌르듯 내려앉았다. 안아줘도 몸의 경련은 멈추지 않았고 미세한 떨림이 내 심장에 그대로 전해졌다. 빠른 대처가 우선이었다. 평소라면 단정하게 준비하고 집을 나서지만, 그날만큼은 세수만 한 얼굴에 모자를 눌러쓴 채 사랑이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화요일, 첫 번째 병원 진료가 시작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사랑이는 다른 강아지를 봐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반갑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무반응이 나에게는 또 다른 불안함이었다. 수의사는 관절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고, 그럼에도 자세한 진료를 위해 엑스레이를 찍었다. 뒤로 눕혀지는 자세가 처음이었던 사랑이는 발버둥 치며 온몸으로 거부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억지로 붙잡고 있는 내 손이 떨렸다.

"강아지는 이런 자세를 다 싫어해요."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선생님의 말이, 아이가 온몸으로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는 순간에 너무 차갑게 느껴졌다.


결과는 장에 변이 꽉 차 있고, 장염이나 췌장염이 의심된다는 것. 주사 두 대와 약을 받아 나왔지만 계속해서 사랑이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고 힘들어만 했다. 사료와 물도 거의 안 먹고, 종일 잠만 잤다. 겨우 미지근한 닭고기 육수를 조금씩 먹는 것이 전부였다. 불안은 이틀 동안 더 깊어졌고, 지켜보는 것밖에는 당장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했다.


병원을 다녀온 지 이틀이 되던 날, 목요일 오후까지 상태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기력은 없고, 오줌도 제대로 누지 못했으며, 걷는 자세가 흐트러지고 다리에 힘이 빠져 보였다. 오전 내내 지켜보다가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에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전부터 옮기려고 했는데 이번이 그때였다. 두 번째 병원에서 초음파, 혈액, 엑스레이와 추가 검사까지 다시 진행했다. 그런 뒤 집에 돌아와서 새로 처방받은 핑크색 가루약을 먹였는데, 사랑이가 전부 뱉어냈다. 연거푸 약이 들어가지 않은 탓인지 상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계속 괴로워하기만 할 뿐이었다.


결국 다시 이틀이 지난 토요일 아침, 사랑이 생일날이었지만 나는 또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화요일부터 아팠으니까 이날까지는 나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조금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사랑이의 뒷다리가 힘없이 풀썩 주저앉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힘이 빠져서인지 오줌을 엉거주춤 싸고 앞발까지 다 묻혔다.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연이어 발견되자 나의 두려움은 극에 달했다.


어떤 이유든 확실한 원인을 알고 싶었다. 그리하여 또다시 여러 검사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 이상 없다”였다. 염증도, 장기도, 수치도 모두 안정적인데 왜 이렇게 나아지지 않는 건지 알 수 없다는 말에 머리가 텅 비는 것만 같았다. 다만, 핑크색 가루약을 제대로 먹지 못한 것과 내가 물약의 양을 정확히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는 투약 실패가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꼽혔다. 그 말을 듣는데 가슴이 턱 하고 막혔다.

‘혹시 내가 잘 못 돌본 걸까.’

돌아오는 길 내내 자책이 밀려왔다.


약이 충분히 들어가지 않아 증상이 가라앉지 않았을 가능성으로, 이번에는 알약으로 바꿔 다시 투약을 시작했다. 그런데 알약을 먹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먹일 때마다 세 번은 뱉어내고, 네 번째에 겨우 삼키는 게 허다했다. 밥도 겨우 먹는 아이에게 약을 억지로 먹이고 쉬게 해주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 마음도 몸도 바짝바짝 말라가는 기분이었다.


드디어 아주 작게, 천천히 변화가 시작되었다. 사랑이의 눈빛이 조금 살아나고, 사료를 한두 알 더 먹고, 흐트러졌던 자세가 미세하게 안정되었다. 작은 변화 덕분에 나는 비로소 초조함이 조금씩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사랑이의 다섯 번째 생일파티는 당연히 미루어졌다. 기운이 점차 돌아온 이틀 뒤, 작게 생일 파티를 열었다. 아직 회복 중이던 사랑이는 강아지 케이크를 조금 먹고 다시 토했다. 아직 일렀던가 싶어 나는 또 자책하며 힘들어했다.


그 후 며칠이 더 흐르자 더욱 컨디션이 좋아진 사랑이는 장난감을 물고, 총총 걷고, 예전보다 더 애교를 부렸다. 편식은 심해졌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그제야 긴장이 풀려서 몸살이 났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평온했던 일상이 작은 균열 하나로도 하루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작은 생명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깊이 깨달았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완전히 확실해졌다. 이 아이가 내 삶에 온 것이 기적이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당연하지 않음을.


문득 옆을 보니 사랑이는 코를 골며 편안하게 잠들어 있다. 나는 이 아이의 매일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을 다짐한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며. 가장 소중한 사랑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의 소중한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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