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우는 말들

스스로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

by 봄여름


남들은 아이를 키울 나이에 나는 나를 키운다. 오랫동안 나는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법도, 나에게 다정하게 말하는 법도 모른 채 살아왔다. 요즘엔 유튜브만 켜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 주는 정보가 끝도 없이 쏟아지는데, 많은 도움이 되면서도 마음이 더 복잡해질 때가 있다. 가끔은 그 많은 정보 속에서 오히려 나를 향한 생각이 흐려지기도 한다.


어느 날, 어린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영상을 보았다. 그 말을 들은 한 어른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스스로에게 한 번도 건네본 적 없는 문장을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어서였다. 화면을 바라보던 나도 멈칫했다.

'나는 이런 말을 내게 해본 적 있었나?'


언어는 사람을 키우는 힘을 가진다. 어릴 적 아버지가 손님들에게 “이 아이는 특별하답니다”라고 소개했던 기억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는 사람도 있다. 짧은 소개 한 줄이 자신의 존재감을 단단히 세워주었다는 이야기였다. 이 작은 문장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삶의 방향을 바꿔놓기도 한다. 나도 어떤 말이 한참 지나서야 내 삶을 지탱해 줬다는 걸 깨달은 적이 있다.


상처 주는 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사과를 잘하는 사람이 더욱 멋있어 보인다. 잘못을 알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미안하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하지만 그런 태도에는 ‘지기 싫다’는 마음보다 ‘내가 더 우위에 있다’는 오래된 확신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사과는 마음을 낮추는 일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까지 살피는 배려에 가깝다. 사람 사이의 거리는 말 한마디에 멀어지기도, 다시 가까워지기도 한다. 우리는 왜 ‘미안하다’는 말을 이토록 어려워하는 걸까.


문득 깨달았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는 비교적 따뜻하게 말하면서 정작 나에게는 가장 냉정했다는 사실을. 실수한 나를 먼저 다그치고, 지친 나에게는 위로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는 점을. 그래서 이제는 다정함을 연습해 보려 한다.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인정해 주기, 그럼에도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기,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는 말들을 내가 먼저 건네는 일. 남들이 몰라줘도 내가 나를 알아주는 순간이 더 오래 남는다.


어쩌면 지금에서야 비로소, 천천히 나를 키우는 법을 배우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늘도 나를 키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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