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에버노트 사용기
아인슈타인은 메모광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소소한 정보를 기억하지 않고 뇌를 비워두기 위해 메모를 습관화했다. 아인슈타인 뿐이 아니다. 소위 천재로 불리는 창의적 인재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빈센트 반 고흐, 정약용도 '메모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메모는 창의성과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천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메모광이 있을 뿐이다'라고 했듯 말이다.
메모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막상 메모를 어디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여러 번 메모 습관 갖기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다이어리에 메모를 적다가, 다이어리에 적어 놓은 사실조차 잃어버리거나, 또 핸드폰 메모 어플에 적다가 꾸준히 하지 못하는 등 실패가 반복되었다.
1년 전 시작된 에버노트와의 만남은 나의 메모 능력이 획기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 에버노트를 접했을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웠다. 그러다 점차 에버노트의 기능에 하나씩 눈 떠갔다. 에버노트를 이용한 메모의 습관은 삶 전반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다음은 에버노트 메모를 통한 나의 1년간의 점진적 성장 이야기다.
1년 전, 에버노트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호기심이 생겨 모바일에 '무료 버전'으로 다운로드했다. 사실 과거 에버노트 PC버전만 있을 시절에 에버노트를 PC에 다운로드한 적이 있었으나 메뉴를 뒤적이다 '태그' 니 '노트북'이니 하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몰라 머리가 복잡해 그냥 삭제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렀고 에버노트가 더 유저 중심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인지 모바일 버전을 핸드폰에 설치한 뒤에 이것저것 눌러보니 기본 기능은 금방 익히게 되었다.
*모바일 버전 다운로드 :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플레이스토어'에서 '에버노트'를 검색하면 된다.
*PC버전 에버노트 다운로드: 아래 '에버노트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www.evernote.com
'모바일'버전은 'PC'버전과 달리 기존 내가 쓰는 메모 앱과 유사해 보였다. 그래서 간단한 것을 적는 메모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여러 명이 카페에서 주문받을 때나 혹은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썼다. 이때는 메모가 몇 개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태그(Tag)를 하지 않고 그냥 메모만 쌓아갔다. 사실 태그가 뭔지도 몰랐었다. 그리고 '노트'나 '노트북' 등(노트:메모의 단위, 노트북 : 작성된 메모들을 묶는 '폴더' 개념) 에버노트 기능에 대한 개념도 없어서 그냥 +단추를 누르면 나오는 흰 화면에 글씨를 입력하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이때까지는 에버노트가 다른 메모 앱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몰랐다.
에버노트 모바일 첫 화면. 화살표가 가리키는 +를 클릭하고 '텍스트 노트'를 선택하면 텍스트를 입력하여 메모를 작성할 수 있다. 글을 작성하고 v를 체크하면 저장된다
그러다가 에버노트가 '검색'에 탁월한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검색어'를 본문 앞이든 중간이든 끝이든 넣기만 하면 나중에 그 메모를 찾기가 쉬웠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가 적힌 메모에는 '아이디어'라는 단어를 본문에 포함 시켰고, 누가 맛집 이야기를 하면 바로 '맛집'이라고 쓰고 그 밑에 그 맛집에 관한 간단한 메모를 해 두는 식이었다. 나중에 '아이디어'나 '맛집'으로 검색하면 해당되는 메모들을 불러올 수 있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서 에버노트 쓰는데 재미를 붙였다. 지인들이 추천하는 맛집이나 여행지들에 관한 나만의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니 유용했던 것이다.(요즘 블로그 등 인터넷에 떠도는 맛집이나 여행지 정보는 거의 다 광고라서 믿지 않기 때문이다.)
지인들이 '맛집'을 언급할 때 재빨리 메모해두면 꿀 정보가 된다.
'맛집'태그를 달거나 '맛집'이라고 본문에 쓴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초록색 상표 모양을 누르면 태그 할 수 있다.
만약 에버노트의 검색 기능이 없었으면 메모만 해 놓고도 나중에 찾으려 하면 쉽지 않은 일이 된다.(다른 메모 앱의 한계가 바로 그것이었다.) 에버노트의 빠른 검색 기능은 굉장한 장점이다.
아직까지 태그 기능 사용이나 제목 사용을 전혀 하지 않는 시절이었다. 오직 본문 검색에 의존하는 때였다.
(그러나 태그는 다는 게 좋다. 일정 기간 에버노트에 메모가 쌓이다 보면 본문 검색할 때 내가 원하는 메모 외에도 너무 많이 메모가 검색되기 때문이다. 제목은 지금도 잘 입력하지 않는데 입력 안 하면 본문의 첫째 줄이 자동으로 제목이 되어 저장된다. 내게 아직은 이런 방식이 편하다.)
에버노트가 PC와 연동되어 쓰면 매우 편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C에 에버노트를 깔고 모바일과 동일한 아이디와 비번으로 로그인하면 모바일에서 입력한 모든 자료가 에버노트로 오는 것이었다.
PC 사용으로 좋은 점은 다음과 같다. 강의 자료나 중요한 문서를 요즘 '톡'으로 많이 주고받는다. 문서를 받을 때 바로 다운로드하지 않으면 날짜가 지나 다운로드 기간이 만료되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톡으로 문서를 받자마자 문서를 클릭하여 에버노트에 바로 공유한다. 그리고 문서 확인은 모바일로 하기엔 너무 화면이 작으니 PC 화면에서 다운 받아 보면 된다.
카톡으로 받은 문서를 다운로드한 뒤
화살표가 가리키는 부분을 클릭하면 다운로드한 문서를 '에버노트로 공유'할 수 있다.
공유된 문서는 이와 같이 에버노트에 저장된다.
에버노트에 '알람'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것저것 적용해 사용해보다가 일정관리에 이 '알람'기능이 효과적인 것을 알게 되었다.
노트에서 화살표가 가리키는 시계 모양을 누르면 알람이 설정된다.
다음날 '할 일'을 입력한 뒤 '시계 모양'을 클릭하고 아침에 알람이 오게 한다. 이렇게 하면 아침에 알람이 와서 한 번 '오늘 할 일'을 확인하게 되고 에버노트 수시로 켤 때마다 '할 일' 노트가 위에 보이게 떠 있어서 좋다.
'알림'을 해 놓은 노트는 다음과 같이 에버노트 처음 화면 위쪽으로 노트 제목 목록이 뜨게 된다.
또 화면 캡처 후 바로 에버노트로 보내고 그 캡처된 화면과 관련된 단어를 본문에 써 놓으면 편리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카톡을 통해 어떤 강의나 모임 안내를 보고 신청했다고 하자. '날짜, 장소, 시간'을 바로 어딘가 적어 놓지 않으면 후에 궁금해 찾으려 보면 힘든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 일단 기억했다가 나중에 적어야지' 하다가 낭패를 많이 봤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강의 안내를 화면 캡처해서 에버노트에 보내놓고, 적적한 검색어나 테그를 만들어 저장하면 된다. 그리고 여유 있는 시간에 다이어리에 옮겨 적는다.(나의 경우 '구글 캘린더'에 적어놓는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쉽게 그 강의 안내 등의 각종 기억해야 할 사항을 찾을 수 있다.
모바일 화면 캡처 후 자동으로 나오는 화면.
공유를 클릭해서 에버노트에 간단한 메모와 함께 저장해 놓는다.
'약속'으로 태그 해 놓으면 좋다.
약속도 그런 식으로 캡처해 놓으면 톡 방을 다시 들어가 '언제 어디더라'라고 찾거나 아니면 '오프 다이어리'에 써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약속 내용 화면을 캡처해 저장하는 경우는 바로 알림 설정을 해서, 모바일 화면 맨 위에 뜨게 하고, 잊지 말고 그 약속을 구글 캘린더로 옮겨 저장한다.)
여기에 아이디어를 착안해, 나는 목표와 일정 관리를 시작했다.'목표', '버킷리스트', '미리 해두면 좋을 일', '오늘 할 일'이라는 메모를 만들어서 알람으로 매일 아침 6시에 내게 오게 하고 알람을 확인하고 바로 다음날 6시에 알람이 오게 해서 매일 내게 목표와 할 일을 자주 보게 하였다. 디지털 메모 앱의 장점이었다. 오프 메모에 써 놓았으면 자주 열어보지 못했을 텐데, 자동적으로 자주 열어 보고 목표와 할 일을 숙지하니 실행률이 높아지게 되었다. 뭔가 인생이 방향을 잡아가는 기분이었다.
에버노트에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매일 알람이 오게 한다.
버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리송한 문서는 사진을 찍어 에버노트에 저장하고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다. 사진 속 문자를 인식해 검색해 주는 기능이 있어서, 너무 편리하다. 머릿속만 비우는 게 아니라 집안에 잡동사니처럼 방치된 문서들로 꽉 찬 공간도 비울 수 있었다.
에버노트 안에 내장된 카메라는 '자동인식' 기능이 있어 문서의 경우 자동으로 찍힌다.
사진을 찍어 보관한 후 종이문서는 버린다.
에버노트 메모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글쓰기를 위해서는 '글감'이 필요한데, 에버노트를 쓴 후부터는 길을 지나가다 스치는 생각, 또는 글감이 될 재미있는 장면들을 '글감'이라는 태그를 달아 바로 에버노트에 기록한다. 글을 쓰기 전에 이 태그를 검색해서 쓱 보면 기억에서 사라진 것들이 다시 되살아나 글의 싱싱한 재료가 되는 것이다.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에버노트 메모 덕분이다. 길을 걷다 '에버노트 메모에 대해 써보자'라는 생각을 메모해 놓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흘려보내지 않고 에버노트에 기록하여 붙잡아 놓는다.)
내가 가르치는 1학년 아이들의 말이 예뻐서 글감으로 자주 사용한다. 급히 쓰는게 우선이라 오타를 상관하지 않는다.
지난 1년간 에버노트 메모를 통해 나는 멋진 변화를 경험했다. 많은 메모 도구들이 존재하지만 에버노트를 먼저 사용해 보길 권한다. 그만큼 장점이 많고 배우기에 어렵지 않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다양한 기능을 처음부터 모두 사용하려 하지 말고 간단한 메모부터 하나씩 하면서 단계별로 기능을 확장해 사용해 보면 좋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사용법을 점점 알아가게 된다. 내가 사용한 단계별 방법은 그 단계의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에버노트를 쓰면서 자신만의 방법과 사용 노하우를 발견해 나가는 재미 또한 누려볼 수 있을 것이다.
기록하기를 좋아하라.
쉬지 말고 기록해라.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기록하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다산 정약용
1: 에버노트 일단 다운로드하자
(모바일, PC 모두 다운받자)
(무료 버전으로도 일단 충분하다.)
2: 기본 사용에 친숙해지자
이런저런 기능(노트북 분류, 태그 등)
다 무시하고 간단한 메모를 해 보며 에버노트와 친해지자
3: 기능을 점점 늘려 사용하자
익숙해지면 점점 기능을 확장하여
이것저것 시도해 보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용해보자
에버노트는 '회사'나 '공공기관' PC에서 사용을 막아 놓은 점, 그리고 문서가 쌓일수록 무거워지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필자처럼 노트북으로 분류하지 않고 철저히 검색어에 의존하면 나중에 문서가 쌓이면 너무 많은 문서가 검색 될 수도 있다.( 태그 기능을 잘 활용하고 중간중간 삭제하는 방법을 통해 후자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요즘은 에버노트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앱들이 나오고 있다. '노션'이 그 대표적 예이다. 최근 '노션'을 써본 결과 '에버노트'와 상보적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에버노트의 빠른 검색 기능과 노션의 체계적인 정리기능을 합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생긴다.) 그러나 메모 초보자들이라면 일단 약 1년간은 에버노트 사용해 익숙해진 후 에버노트를 기초로 노션과 같은 다른 생산성 도구와 연동해 사용해 볼 것을 추천한다.
1. 할 일 목록 만들기
2. 버킷리스트 만들기
3. 지인 추천 맛집 모으기
4. 지인 추천 여행지 모으기
5. 아이디, 비번, 계좌번호 등 잊기 쉬운 정보 적기(단, 비번의 경우 나는 나만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적어 놓는다. 예를 들어 비번이 abcdefg1234& 인 경우에는 a*********4& 이런 식으로 단서만 적어 놓는다.(보안에 늘 주의합시다^^)
6. 글감 모으기(아이디어, 사람들 대화 등 을 기록하여 글 쓸 때 활용하기)
7. 강연, 강의 등 내용 받아 적기(집 밖인 경우 블루투스 키보드를 이용하면 편하다.)
8. 약속 관리 (약속에 관련된 화면 사진 캡처 후 에버노트에 바로 공유, '약속'이라는 검색어 본문에 쓰거나 또는 태그로 붙이기, 알림 설정)
9. 독서 내용 정리
10. 음성 메모
11. 글쓰기 개요 작성
12. 기사 스크랩
13. 사진 저장
위의 기초 기능에 익숙해진다면 점점 공유, 협업, 템플릿 활용 등 고급 기능에 도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