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 깁스가 한창 전성기 때 주연 한 '왓 위민 원트'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이 어느 날 여자들의 마음 소리를 듣게 되어 일어나는 일들이 꽤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다.
출처:네이버영화
영화 속 주인공은 여자의 내면 소리를 듣는 거지만 어떤 면에선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내 속의 수다쟁이가 끊임없이 떠들고 있음에 난 좀 힘들었기 때문이다.
내게 한 가지 소원을 누가 묻는다면 그건 언제나 '마음의 평화'였다. 그만큼 시끌시끌한 내면세계를 견디기 힘들었다는 얘기.
그 수다쟁이는 주로 질책의 말을 많이 했다. 바보. 왜 그랬니. 그러지 말았어야지. 때론 자뻑의 말도 했다. 역시 너. 네가 젤이지. 네가 줼 잘 나가. 호호호. 그러다 다시 나락에 빠뜨리는 말을 주절대며 이 변덕쟁이는 끊임없이 내 안에서 자신의 괴상한 에너지를 무법자처럼 발산시켰다.
이 무법자는 과거를 추억하며 슬퍼하기도 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에 떨었다. 나는 이 제2의 나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쩌면 제1의 나, 아무튼 이 괴팍스러운 자아 하나(때론 여럿)에 끊임없이 휘둘렸다. 나는 얘를 B자아라고 생각했고 나의 A, 즉 원초 자아는 퓨어하기 그지없을 거라며 막연한 자아분열을 일으켰다. 그래야 좀 나를 이해하며 살 거 같았으니까.
그러던 중 어찌어찌 20살 때 기도 생활을 약 2년간 집중 적으로 하게 되었고, 깊은 기도를 통해 이 무법자를 떨쳐 버릴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점점 이 형이상학적 세계, 언어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세계에 빠져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