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에게 간은 없었다
이미지 출처: ChatGPT 생성형 AI — 실제 인물이 아닌 ‘상징적 인물’의 표현입니다.
성적 착취와 폭력이 직접적으로 묘사됩니다.
낮아진 해수면. 검은 돌담이 해안선을 따라 둥글게 막혀 있었다. 안쪽 수위가 무릎 아래로 떨어졌다. 바닥의 굴곡이 드러났다. 수면 아래 물고기 세 마리가 돌담을 끼고돌았다. 방향이 틀어지면 다시 돌에 부딪혔다.
매끄러운 손톱 끝 단면. 팔꿈치 위로 접힌 셔츠 소매. 바짓단은 무릎 위로 말려 올라갔다. 수면 아래 남자의 두 발이 있었다. 파도가 돌담을 때렸다. 돌담 밖에 정진이 섰다. 구두 안에 양말이 뭉쳐 있었다. 맨발 바닥이 젖은 돌 표면을 디뎠다.
“뭐 해. 들어와.”
정진의 다리가 돌담을 넘었다. 수면이 발등을 덮었다. 발바닥 가죽이 돌의 뾰족한 모서리를 눌렀다. 체중이 실릴 때마다 종아리가 굳었다.
“아내가 쉰둘이야. 난자는 얼려뒀는데, 몸이 안 받쳐.”
남자의 정강이가 물을 밀어냈다. 물고기가 남자의 발을 긁고 지나갔다.
“아이를 갖고 싶어 해. 오래됐어.”
“두 분 유전자로 수정을 마쳤습니다. 배양 단계입니다.”
“대리모 쪽은.”
“보고 드린 대상으로 진행 중입니다.”
남자가 쪼그려 앉자 물이 허벅지를 적셨다. 물고기 한 마리가 돌담 모서리에서 방향을 바꾸다 남자 무릎 앞으로 왔다. 손이 물속으로 파고들었다.
물고기 배 밑으로 손바닥이 들어갔다. 수면 위로 솟아오른 손. 물이 손가락 틈으로 빠져나갔다. 물고기의 몸통이 손바닥 위에서 꺾였다 펴졌다. 한 번. 두 번. 아가미 덮개가 열렸다 닫혔다.
“집사람이 까다로워. 자궁 내력만 안 봐. 출신도 따져. 굴러먹던 여자는 안 돼.”
물고기를 받친 남자의 손바닥이 정진을 향했다.
“집사람이 그 사람 맘에 들어해.”
물고기 입이 벌어졌다 닫혔다. 남자 손바닥 위에서.
“남편이 실종이라고 했지.”
“제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정진 손이 수첩 위에서 한 번 조여들었다. 바짓단이 물에 젖어 올라왔다.
바지 주머니 원단이 떨렸다. 휴대폰 기기가 울리자 물고기를 수면 아래로 던졌다. 바닥에 닿은 몸통이 누웠다가 세워졌다. 돌담을 끼고 앞으로 나아갔다.
“응. 원담에서 바람 쐬고 있어.”
목소리가 낮아졌다. 턱 주위 근육이 느슨해졌다.
“약 챙겨 먹었어? 무리하지 마. 들어가면서 전화할게.”
휴대폰이 바지 주머니에 들어갔다. 시선이 정진을 향했다. 턱 주위의 근육이 다시 당겨졌다.
“수유 중이면 배란이 없었을 텐데.”
“호르몬 투약 중입니다. 내막을 억지로 부풀리는 단계입니다.”
“젖은 말랐고?”
“네, 본인은 스트레스 탓으로 인지합니다.”
남자의 몸이 다시 앞으로 숙여졌다. 물고기 한 마리가 돌담 틈새로 대가리를 밀어 넣었다. 돌과 돌 사이 공간에 몸통이 끼었다. 꼬리지느러미가 물을 때렸다. 남자의 손이 뻗어 나가 물고기의 등을 쥐었다.
“시간은.”
“이 주입니다.”
남자의 시선이 정진에게 닿았다.
“내막이 배아를 받는 시간이 이틀입니다. 놓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남자가 몸을 세웠다. 젖은 바짓단에서 물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남자의 시선이 원담 안쪽을 향했다. 고인 물이 줄어들었다.
“물 빠질 때 가두는 거야.”
남자의 눈동자가 정진의 얼굴로 올라왔다.
“빈틈 없이 쌓아. 물이 빠져도 나갈 데가 없게.”
“알아도 입을 열 수 없게 만듭니다. 남편은 실종이고, 집에 주사기가 있고, 설명할 수 없는 임신입니다.”
남자의 눈동자가 정진의 얼굴 위에서 멈췄다.
“들키면.”
“거짓말을 심은 적 없습니다. 출산 직후 회수하겠습니다.”
남자가 웃었다. 입꼬리만 올라갔다.
“쌓기만 했지. 나가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 이거지.”
정진의 등이 더 깊이 말렸다. 검은 돌담 안. 물고기 배가 젖은 모래에 가까워졌다. 물에 잠겨 있던 돌의 밑동이 노출되었다. 물고기가 방향을 틀었다. 돌담을 따라 돌았다. 나갈 틈이 없었다.
“43번 이름은.”
“아직 보고 단계가 아닙니다.”
남자의 눈동자가 정진의 얼굴에 머물렀다.
“됐어. 다음에 올 때 착상 소식 가져와.”
정진의 윗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등의 선이 둥글게 말렸다.
“먼저 나가겠습니다.”
남자의 오른손이 들렸다 내려왔다.
정진의 다리가 돌담 밖으로 넘어갔다. 발바닥이 돌 표면에서 미끄러졌다. 피부 위로 돌 자국이 눌려 있었다. 발이 구두 안으로 들어갔다. 몸을 세웠다. 구두 굽이 젖은 모래를 밀어냈다. 가슴뼈와 맞닿은 안주머니에서 진동 모터가 회전하자 손이 재킷 안으로 들어갔다.
“성폭행 미수 건 접수됐습니다. 현장 감식 진행 중입니다.”
“미끼는 당분간 꺼내지 마.”
종료 버튼을 누르기 전 음성이 흘러나왔다.
“지금 오십니까?”
“그래… 용왕이 편찮으셔. 간이 필요해.”
정진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원담 한가운데 남자의 전신이 섰다. 수위가 발목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젖은 모래 바닥에서 물고기들이 옆구리를 뒤집었다. 꼬리지느러미가 모래를 쳐댔다.
소희가 탕 안에 있었다. 머리를 틀어 올리고 물속에 몸을 넣었다. 물이 턱 아래까지 올라왔다. 배꼽 아래에 손바닥을 얹었다. 뭉쳐 있었다. 이운이 빈방에서 사라진 뒤로 풀리지 않았다.
유리문이 밀려 열렸다. 선영의 맨몸이 들어왔다. 수건을 벽에 걸었다. 팔꿈치 안쪽 살갗에 패인 긁힌 흉터. 다리가 물을 뚫고 들어왔다. 소희 맞은편에 앉았다. 밀려난 물이 출렁이며 소희의 턱을 덮었다 떨어졌다.
“일주일 넘게 뭐 했어요?”
“일했어.”
소희의 시선이 선영의 몸에 남은 초록빛 테두리에 닿았다.
“괜찮아요?”
“똑같지 뭐.”
소희의 입술이 떨어졌다 붙었다. 다시 떨어졌다.
“언니.”
“왜…”
소희의 손이 자신의 무릎뼈를 감쌌다.
“왜 계속해요. 그 일.”
선영의 눈꺼풀이 들렸다.
“언니 몸에 맨날 자국이… 왜 그만 안 둬요.”
선영 턱이 굳었다. 물속에서 어깨가 올라갔다. 입이 벌어지고 목 안에서 소리가 올라오다 걸렸다. 눈이 벌게졌다. 물속의 손이 자신의 허벅지 살을 파고들었다.
“너는 몰라.”
목소리가 갈라졌다.
“여기 앉아서 커피 내리고 수건 개는 네가 뭘 알아.”
선영의 몸이 움직일 때마다 물이 출렁였다. 맨가슴이 수면 위로 솟았다 가라앉았다. 소희는 움직이지 않았다. 선영의 뒤통수가 타일 벽면에 부딪혔다. 눈꺼풀이 닫혔다. 숨이 한 번 길게 빠지고 어깨가 내려갔다.
“소희야.”
“네.”
“나 일하는 거 말해줄까.”
소희의 턱이 움직이지 않았다. 선영의 눈동자에 시선을 고정했다. 눈꺼풀이 다시 들렸다.
“지난 주였어.”
“옆에 앉아서 술을 따랐어. 위가 뒤틀리는데 잔이 비면 계속 채웠어. 그 새끼가 일어서면서 내 머리채를 틀어쥐었어. 끌려간 곳이 화장실이야. 변기 칸으로 밀어 넣고 문을 잠갔어.”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수면을 갈랐다.
“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더라. 나는 받았어. 소희야, 그거 손에 쥐면 합의야. 그 새끼 입꼬리가 올라갔어.”
선영의 목이 수면 위로 길어졌다.
“손아귀가 내 머리채를 쥐고. 어깨를 변기통 위에서 눌러. 치마가 올려지고, 골반이 위로 꺾여. 변기 물에 내 얼굴이 있어. 그 새끼 얼굴도. 속옷이 허벅지를 타고 내려가. 살덩이 위로 고무막이 씌워지는 소리. 내 좁은 틈은 바싹 마른데. 분비물 없는 생살 위로 차디찬 고무가 밀고 들어와.”
수면 아래, 소희의 손톱이 제 무릎살을 파고들었다.
“찢어지는데 목소리가 안 나와. 그 새끼가 누를 때마다 내 머리카락이 변기 물에 닿고. 물에서 냄새가 올라와. 무릎뼈가 바닥에 쓸려서 아픈데.”
탕 안의 수증기가 선영의 얼굴을 덮었다. 동공 위로 눈물이 맺히지 않았다.
“고무가 벗겨지고 변기통 안에 떨어졌어. 그 자식은 지퍼 올리고 나갔지. 세면대에 한 장 더 놓고 간대. 팁이라고.”
선영의 시선이 수면 아래 잠긴 자신의 손으로 떨어졌다.
“변기 물 위에 고무가 떠 있어. 가라앉지도 않아. 나도 그래.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거.”
소희의 눈시울에서 물이 흘러내렸다.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물은 턱을 타고 떨어져 탕의 수면에 섞였다.
“돈 안 쥐면 꼬투리 잡아서 관할에 가게 신고해. 쥐면 다음에 또 내 몸을 사러 와. 손에 쥐든 안 쥐든 내 잘못이래. 그 새끼들은 지퍼만 올리고 나가면 끝이야.”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또 떨어졌다. 소희 귀가 그 소리를 잡았다.
“세면대에서 씻고 있는데 다른 놈이 들어왔어. 오늘은 날이구나 했지. 그런데 지폐 다발을 내밀었어. 다발을 쥐자마자 수첩을 펴더니 다음 생리일이 언제냐고 묻더라.”
소희의 귓바퀴가 떨렸다.
“그때 다시 올 줄 알았어. 피 냄새를 찾는 놈들도 있으니까.”
선영의 손이 물속에서 자기 배로 내려갔다.
“두 번째 만났을 때, 그놈 입에서 내 가게 빚 액수가 나왔어. 입 밖으로 꺼낸 적 없는 숫자야. 이자가 얼마 불었는지도 다 알고 있었어.”
탕 속 소희의 손바닥이 자신의 배꼽 아래를 짚었다. 뭉쳐 있던 자리가 뜨거웠다.
“빚을 갚아주겠대. 대신 자궁만 빌려주면 된대. 처벌할 법도 없다고.”
“진료대 위에서 다리를 벌렸어. 금속 기구가 안쪽을 벌리고. 관이 밀려 들어와. 초음파 모니터에 흰 점이 찍히고. 그게 내 몸에 들어온 거래. 소희야, 변기 칸에서 고무를 밀어 넣는 거랑 뭐가 달라.”
선영이 배 위에 손을 얹었다.
“어제 착상됐대. 걔가 내 안에 붙었어. 근데, 내 거 아닌데…”
선영의 시선이 소희의 얼굴에 꽂혔다.
“그래도 나는 지금 말하고 있잖아. 너 하나뿐이어도. 변기 칸에서 무릎 까지면서도 내 몸이 뭘 당했는지는 다 기억하니까.”
물 속에서 손을 뻗었다. 소희 손을 잡았다. 배 위에 있던 손등 위로 선영의 손바닥이 겹쳐졌다.
“야. 너도 말해.”
소희의 시선이 선영의 눈동자에 닿았다. 굳었던 턱이 아래로 떨어졌다. 목에서 소리가 올라왔다.
“문은 안쪽으로만 열렸어요. 밀고. 들어오기만 했는데.”
선영이 소희의 손등을 꽉 쥐었다.
“그럼 열어. 밖으로.”
수증기가 두 사람의 호흡 사이로 피어올랐다. 소희의 귓바퀴에서 떨림이 멈췄다.
먼저, 프롤로그의 문을 열어 주세요.
이 작품은 잊혀서는 안 될 역사의 상처를 기억하며 쓰였습니다. 성적 착취와 폭력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인물과 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