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에게 간은 없었다
이미지 출처: ChatGPT 생성형 AI — 실제 인물이 아닌 ‘상징적 인물’의 표현입니다.
성적 착취와 폭력이 직접적으로 묘사됩니다.
현관 벨이 울렸다. 이나가 문을 열었다. 정진이 종이백을 들고 서 있었다.
“연이는?”
“나갔어.”
정진이 식탁 위에 종이백을 내려놓았다. 빵과 우유.
“뭐라도 먹어.”
이나가 의자에 앉자, 정진도 맞은편에 앉았다.
“어젯밤에 신고했어.”
정진의 고개가 들렸다.
“더 못 기다려. 미안해.”
“아니야. 잘했어.”
정진이 우유를 이나 앞으로 밀었다. 이나의 손이 우유를 쥐었다. 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정진의 시선이 그 굳은 손 위에 머물렀다.
현관 도어록이 풀리는 쇳소리. 서연이 들어섰다. 편의점 봉지가 들렸다.
“오빠 왔어?”
서연이 봉지를 식탁 위에 올렸다. 정진의 시선이 서연 쪽으로 옮겨갔다. 니트 밑단이 들린 허리. 목에서 다리 끝까지. 시선이 한 번 훑고 지나갔다.
이나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모르는 번호.
“네.”
“동부경찰서입니다. 신고하신 차량이 동문시장 인근에서 확인됐습니다. 나오셔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나가 일어섰다. 외투를 집어 들었다.
“차 찾았대. 나가봐야겠어.”
정진이 일어섰다.
“같이 갈까.”
“괜찮아. 혼자 갈게.”
이나가 방으로 들어갔다. 아기 침대에서 잠든 아이의 뺨에 손을 한 번 댔다. 외투 지퍼를 올리지 않은 채 밖으로 나섰다. 이나가 서연 어깨를 한 번 잡았다 놓았다. 문이 닫혔다.
정진이 의자를 당겨 앉았다. 서연이 봉지에서 삼각김밥을 꺼냈다.
“오빠도 좀 먹어.”
“괜찮아.”
서연이 한 입 베어 물었다. 정진이 서연을 봤다.
“요즘 어때.”
서연이 고개를 들었다.
“언니 걱정되지. 나도.”
“언니 말고. 너. 일은.”
서연이 삼각김밥을 내려놓았다.
“뭐. 그냥 다니고 있어.”
“남자는.”
서연이 짧게 소리 내어 웃었다.
“없어.”
“아까운데.”
정진이 이나가 쥐었던 우유를 서연 앞으로 밀었다.
“오빠는. 언니 좋아했었잖아.”
우유 위에서 정진의 손이 멈췄다.
“옛날이지.”
“지금은?”
“지금은… 아니야. 이번 일 끝나면 연락하지 마.”
서연의 입술이 벌어졌다 맞물렸다. 정진에게 향했던 시선이 미끄러져 탁자 위로 떨어졌다. 우유병이 입술로 부딪히듯 꺾여 올라갔다. 연거푸 세 모금. 액체가 목을 거칠게 타고 넘어갔다.
우유병이 탁자 위를 소리 나게 때리며 내려앉았다.
“오빠. 요즘 스토킹 사건 많지?”
정진이 서연을 봤다.
“왜. 무슨 일 있어?”
서연이 우유를 내려놓았다.
“아니. 그냥. 요즘 퇴근할 때 좀 그래.”
“뭐가.”
“인기척 같은 거. 같은 방향에서. 돌아보면 없어.”
서연의 입꼬리가 당겨졌지만 굳어 있었다.
“경찰에서 주는 스마트워치. 하나 지급해 줄까?”
서연의 입이 다물어졌다. 정진이 일어섰다. 재킷을 여미고 서연을 내려다봤다. 목에서 다리까지.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현관에서 신발을 신었다. 문이 닫혔다.
서연이 식탁에 앉아 있었다. 우유를 손에 쥔 채. 온이 칭얼거렸다. 기저귀가 젖어 있었다. 새것으로 갈고 배를 두드렸다. 아이의 손이 서연의 손가락을 쥐었다. 손가락을 빼려 했으나 손에 악력이 들어갔다.
서연은 아기 침대 난간에 턱을 괴고 섰다.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손가락을 빼고 옆 침대에 누웠다. 이불을 덮지 않았다. 냉장고 모터가 돌아갔다. 아이의 고른 숨소리. 서연의 손이 이불 위에서 미끄러졌다. 현관. 번호키를 누르는 마찰음이 울렸다.
삐, 삐삐삐.
이나가 택시에서 내렸다. 경찰차가 보이고 그 옆에 이운의 차. 앞 유리에 먼지가 앉아 있었다.
“실종자 차량 맞으시죠?”
이나가 예비키를 눌렀다. 잠금이 풀렸다. 경찰이 운전석 문을 열었다. 남편 냄새가 올라왔다. 땀과 커피와 가죽시트. 이나가 문 앞에 섰다. 등받이 각도. 룸미러 위치. 평상시 그대로였다. 시선이 내려갔다. 페달 밑에 비닐 지퍼백. 주사기 세 개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입안이 말랐다. 팔꿈치 안쪽의 검은 점이 바늘 끝에 겹쳤다.
경찰이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조수석 문을 열었다. 이나가 손을 넣어 지퍼백을 집었다. 외투 안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차량 내부 확인하겠습니다.”
경찰이 안을 들여다봤다. 핸들 핏자국.
“감식 요청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차량은 현장 보존해야 합니다.”
경찰이 트렁크에서 황색 테이프를 꺼냈다. 차 둘레를 돌며 감았다. 출입금지. 수사 중. 글자가 남편의 차를 한 바퀴 돌았다. 경찰차가 돌아갔다. 주차장에 테이프 감긴 차만 남았다. 바람이 테이프를 쳤다. 펄럭이는 소리가 났다. 이나가 서 있었다. 집 쪽으로 발이 가지 않았다.
동문시장 아케이드 지붕이 보였다. 이나가 그쪽으로 걸었다. 이운이 말했다. 머리 위에 긴 귀가 솟아 있다고. 자기 눈으로 봤다고. 그 귀가 보이면 남편이 맞는 거였다. 안주머니 안에서 주사기가 걸음마다 갈비뼈를 눌렀다.
생선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도마를 닦고 있던 아주머니가 고개를 들었다.
“저 혹시 동화여관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아주머니가 손으로 골목 모퉁이를 가리켰다.
“저 골목 돌면 바로야.”
골목 모퉁이를 돌자, 간판이 보였다. 흰 페인트가 벗겨진 철판 위, 동화여관.
이나가 문을 밀었다. 위쪽 종이 짤막하게 흔들렸다. 카운터 뒤에 젊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머리를 길게 풀어 내린 채였다. 고개를 들어 이나를 봤다.
“안녕하세요. 방 보러 오셨어요?”
이나가 카운터 앞에 섰다. 여자의 머리 위를 봤다. 가르마를 따라 정수리까지 시선을 올렸다. 검은 머리칼이 어깨를 지나 가슴 위로 흘러 있었다. 그 위에 아무것도 솟아 있지 않았다. 눈이 정수리 위에 박힌 채 내려오지 않았다. 입이 벌어졌다가 닫혔다. 돌아섰다. 유리문 쪽으로 걸었다.
“혹시.”
소희가 카운터 뒤에서 불렀다. 이나 발이 멈췄다. 손이 유리문에 닿은 채였다.
“누구 찾으러 오셨어요?”
이나가 돌아봤다. 눈가가 벌겋게 부풀어 있었다.
“아니에요. 잘못 왔어요.”
유리문을 밀었다. 문 앞에서 들어오던 여자와 어깨가 부딪혔다. 고개를 들지 않았다. 골목으로 나갔다. 선영이 문을 잡고 섰다. 이나 뒷모습을 봤다가 안으로 들어섰다.
“저 여자 누구야?”
소희가 대답하지 않았다. 선영이 소희 얼굴을 한 번 봤다. 코트를 벗으며 계단 쪽으로 걸었다.
방이 어두웠다. 아기 침대의 고른 숨소리. 서연이 침대 위에 옆으로 누워 있었다. 니트가 배 위로 밀려 올라간 채. 치마가 허벅지 위에서 접혀 있었다.
눈꺼풀이 무거웠다. 문이 열렸다. 거실 불빛이 문틈으로 비스듬히 깔렸다. 역광을 받은 실루엣. 넓은 광대뼈. 목에서 턱, 손등까지 피부를 덮은 검은 문신. 남자의 시선이 아기 침대에 머물다 서연의 얼굴로 꺾였다.
서연의 입이 벌어졌다. 비명이 나오기 전, 두꺼운 손바닥이 입과 코를 동시에 틀어막았다. 숨이 막혔다. 서연의 두 손이 남자의 팔목을 거머쥐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거친 아귀가 서연의 머리채를 쥐고 베개 위로 짓눌렀다. 체중이 실린 압박. 서연의 몸이 침대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무릎뼈가 마루를 쳤다. 거실 쪽으로 바닥을 긁으며 기었다. 등 뒤로 따라붙는 구두 밑창 소리. 일정한 간격.
거실 조명 아래. 서연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한 번. 두꺼운 손아귀가 발목을 낚아채 뒤로 당겼다. 치마 밑단이 말려 올라가고, 맨 허벅지 피부가 마루 위를 긁으며 끌려갔다. 속옷이 무릎 아래로 뜯겨 내려갔다. 남자의 무릎이 다리 사이를 거칠게 비집고 들어와 골반을 짓눌렀다. 서연의 턱이 위로 들렸다. 짙은 담배 악취. 서연의 동공이 팽창했다. 남자의 손이 내려가 발목에 걸린 속옷을 빼냈다. 자신의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닫혔다.
백색 조명 아래. 서연의 등이 마루에 닿아 있었다. 허리에 뭉친 치마. 거실의 냉기가 맨살을 덮었다. 서연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말려 올라간 치마를 끌어내렸다.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기 침대 안의 고른 숨소리. 서연의 손가락이 침대 나무 난간을 틀어쥐었다.
시선은 현관 쪽을 향해 굳어 있었다. 반대쪽 손에 쥐인 휴대폰. 검은 화면에 빛이 들어왔다. 손가락이 세 개의 숫자를 차례로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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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잊혀서는 안 될 역사의 상처를 기억하며 쓰였습니다. 성적 착취와 폭력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작품 속 인물과 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