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작별인사>를 읽고
당신은 영생을 원하는가?
나와 인연을 맺었던 존재들은 빠짐없이 이미 우주의 일부로 돌아갔다. 우주는 생명을 만들고 생명은 의식을 창조하고 의식은 영속한다. 선이가 늘 하던 이 말을 믿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파랗기만 하던 하늘이 서서히 오렌지빛으로 물들고 있다. 노을이 진하니 내일은 맑을 것 같다. 그리고 난 그 내일을 보지 못할 것이다. 석양이 기세를 잃고 이제 검고 어두운 기운이 하늘 한가운데서부터 점점 넓게 번져가며 거칠고 누른 땅을 덮기 시작한다. 그런데 내가 정말로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보고 있다고 믿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끈질기게 붙어있던 나의 의식이 드디어 나를 떠나간다.
p.285
인간의 사유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 단지 생물학적인 수정 작용이 아닌 - 어떤 우주의 섭리에 의해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본다. 저마다의 시간이 주어졌고 인생의 시계는 매 순간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일상이 힘들고 고달플 때 '왜 태어나서 이 고생일까'라고 한탄하기보다는 자신의 세계를 최대한 아름답게 가꿔가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삶은 우리의 영혼이 성숙해지기 위한 과정이고 세상은 그런 과정을 겪어내는 시험의 장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