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볕 Jul 16. 2021

사는 게 재미없다고?

불행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는 것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외부활동에 제약을 받게 되자 사람들의 우울감이 커지고 있다.


"이젠 지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냐"

"사는 게 재미없다"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비단 코로나 때문만이 아니라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피곤함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삶에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이 책은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래? 도대체 어떤 게 재미있는데?'

호기심 반, 삐딱한 마음 반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정신과 의사로 30년, 파킨슨병 환자로 15년


저자 김혜남은 저명한 정신분석 전문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살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번의 상실과 아픔을 겪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1살 위의 언니를 교통사고로 잃고 몇 년간 방황했고, 결혼 후 응급실 환자를 돌보는 도중에 첫 아이를 유산하고 절망에 빠졌으며, 2001년 마흔세 살의 나이엔 파킨슨병이라는 진단을 받아 현재까지 계속 투병 중이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불행 앞에 저자도 처음에는 절망하며 무너졌다. 하지만 세상을 원망하며 침대에 누워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남은 생은 의미 없는 하루의 반복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일어섰다. 용기를 내어 하루를 살고, 또 그다음 날을 살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15년이 지났다. 보통 사람이라면 비탄에 빠져 허비했을 시간을 그녀는 아이를 키우고, 환자를 진료하고, 다섯 권의 책을 쓰며 바쁘게 보냈다. 그리고 아픈 몸으로도 여전히 사는 게 재미있다고 말한다.


책 속에서 저자는 30년간 정신과 의사로서, 15년간 파킨슨병 환자로서 살아오면서 깨달은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언니를 잃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때론 버티는 것이 답이라고 다독인다. 버틴다는 것은 기다림이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아내는 것이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오늘 부단한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기력증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외부 상황이 바뀌기만을 바라지 말고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라고, 그러면 적어도 지금 무기력하게 서 있는 그곳은 탈출할 수 있고, 가능성이 보이는 또 다른 곳에 닿게 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본인이 의사이자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네 가지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삶의 즐거움과 여유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온 것을 뒤늦게야 후회하며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말라고 조언한다. 바쁘게 전쟁처럼 살아온 결과 남은 것은 분노와 피해의식뿐이므로, 그 어떤 순간에도 삶을 즐기라고 말한다. '~해야 한다'는 말을 줄이고 '~하고 싶다'는 말을 늘려 나가라고.



불행을 대하는 자세


우리의 삶에는 예측할 수 없는 불행이 도사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질병으로 고통받거나, 직장을 잃거나, 사업체가 파산하여 빈곤의 구렁텅이에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절망과 실의에 빠져 삶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2차 세계대전 중 죽음이 기다리던 유태인 수용소에서도 석양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감동하던, 그리고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로고테라피'를 창시한 독일의 정신 의학자 빅터 프랭클의 예를 들며 말한다. 삶이 힘들고 좀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보여도, 어느 때나 즐길거리는 분명히 있다고, 그리고 즐길 거리가 다양한 사람일수록 불가피한 불운불행 또한 잘 버틸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불행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병마로 고통받는 상황에서도 약 기운이 돌아 덜 아픈 순간에는 산책을 하고, 친구와 수다를 떨고, 그림도 그리며 즐겁게 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평소 작은 불행에도 쉽게 낙담하곤 하던 내 모습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앞으로 살아가며 혹시 모를 고난이 닥쳤을 때 절망으로 무너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힘을 내어 다시 일어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일어나서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는 걸 선택하면 어떨까. 용기가 나지 않을 때는 저자가 남긴 메시지를 떠올려보자!


예기치 않은 불행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저 남은 시간을 잘 쓰는 것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실패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