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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볕 May 17. 2021

추억 속의 '앤'을 소환하다


최근 들어 넷플릭스를 자주 본다. 얼마 전에도 심심해서 외국 드라마 목록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빨간 머리 앤'이 눈에 띄었다. ‘앤’ 하면 떠오르는 그 친숙한 이미지를 그대로 되살려낸 사진 속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흥미가 돋아 바로 영상 재생 버튼을 눌렀다.


드라마 빨간 머리 앤은 3개의 시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고아였던 앤이 매튜와 마릴라에게 입양된 후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성장하고 교사가 되기 위해 퀸즈 대학에 진학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그런데 보다 보니 당시 캐나다에 거주하던 흑인과 인디언에 대한 인종차별과 동성애, 성차별에 관한 이슈가 담겨 있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었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책에도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어서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읽은 지 오래되어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빨간 머리 앤은 무려 9권에 달하는 시리즈였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내용은 앤의 어린 시절과 성장한 후 대학생활까지인데, 책에서는 앤이 결혼하고 나서 중년 이후의 삶까지도 다루고 있다. 드라마 빨간 머리 앤은 앤의 성장과정뿐 아니라 당시 인종차별 및 성차별이 만연하던 시대적 상황을 좀 더 적극적으로 다루고자 원작을 각색한 것 같다.





출처 :  위키백과


앤 시리즈는 작가인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삶이 투영된 자전적 소설이라 볼 수 있다. 그녀는 1874년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서 태어났고 교사로 근무했으며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다수의 소설을 발표했고 시집도 출간했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앤에게 투영해서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 같다.

 

앤은 못생기고 빼빼 마르고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소녀이다. 게다가 부모가 없어서 늘 애정을 갈구한다. 영특하고 일도 잘 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해서 시키는 일을 바로바로 하지 않고 딴짓을 하다가 혼나기 일쑤다. 하지만 자기 연민과 비하에 빠져 있다 가도 금방 털고 일어나는 씩씩함을 지니고 있고, 어려운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늘 당당하고 밝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이런 그녀의 모습이 오늘날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




사실 요즘은 외모 지상주의와 배금주의가 만연한 세상 아닌가. 각종 미디어에서 보이는 멋진 스타의 모습과 화려한 삶에 주눅 들게 되고 자신의 처지를 비하하기 쉽다. 다른 사람은 다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것 같다.


어른이 되고 나서 삶의 무게로 숨이 턱턱 막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민된다. 하지만 삶이라는 게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똑같이 겪어 나가는 과정이고, 겉으로 보이지는 않아도 안으로는 각자 자기 몫의 힘듦을 지니고 산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작은 의미라도 발견하며 산다면 그게 바로 값진 인생이지 않을까.


주변에서 나를 흔들어 댈수록 고요하게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집중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 책을 읽어도 좋고, 땀을 흘리면서 운동을 하거나 음악을 들어도 좋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면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가끔 시간이 날 때는 추억 속에 묻혀 있는 어릴 적 친구 앤을 한 번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그녀의 밝은 웃음과 에너지가 우리의 삶도 화사하게 물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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