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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볕 Apr 23. 2021

브런치 작가 이렇게 합격했어요

어느 소심쟁이의 작가 도전기


'작가' 이 얼마나 멋진 타이틀인가
 


드디어 나도 '작가'가 되었다. 물론 책을 출간한 작가는 아니지만 국내 굴지의 글쓰기 플랫폼에서 정식으로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여해주었고 활동하면서 자신의 책을 출간할 기회도 가질 수 있으니 이제 나도 병아리 작가로서 미약하나마 한 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소심, 소심, 극 소심한 내 성격에 브런치 작가 신청 버튼을 누르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작년에 우연히 책을 읽다가 '브런치 작가'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분은 출간 작가인데도 브런치 작가를 꿈꾼다고 했다. '브런치? 무슨 카페인가?' 궁금한 마음에 검색해보니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플랫폼이었다. 작가 소개, 활동계획을 작성 후 샘플 글을 첨부해서 보내면 약 5일 안에 심사해서 합격 유무를 알려준다고 한다. '심사라고라고 라~~~~~'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평가 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포기했다. 

원래 '포기'란 내 인생에서 아주 익숙한 단어이다.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성장하다 보니 혼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확실하게 잘할 수 있는' 일만 골라서 하게 됐다. 조금이라도 확실치 않거나 리스크가 있으면 아예 시도조차 안 하게 됐다. 지금 와서 부모를 원망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 시절에는 육아 관련 책이나 육아법 강사도 없었고 그저 부모님이 옳다고 믿은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키워주신 걸 안다. 다만 지나고 나서 보니 아쉬울 뿐이다.


포기는 했지만 그래도 관심은 있어서 브런치 앱에 가입을 하고 다른 작가의 글을 찾아 읽었다. 다양한 주제의 글이 올라오는데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글'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보니 다른 플랫폼보다 따스하고 친밀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결심에 결심을 하고('이게 그렇게 결심까지나 할 일이야'라고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써 놓은 글을 첨부해서 작가 신청을 했다. 사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게 '활동계획'을 쓰는 것이었다. 앞으로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은지 계획을 적어내야 했는데 갑자기 막막해졌다. 여기저기 파편적으로 써 놓은 글을 보기 좋게 묶어서 주제와 목차로 구성해서 소개해야 했다.(그렇게 하라고 되어 있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머리를 싸매고 고심한 끝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쉬운 언어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생활 글과 서평을 쓰려고 합니다.

1. 어느 평범한 소시민의 삶의 기록
-'평범함'의 정의에 관하여
- 산다는 것에 관한 고찰
- 나의 커피 역사
- 작은 것들이 주는 행복
- 코로나, 그리고 유튜브와 넷플릭스
- '가성비'에서 벗어나기

2.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
- 프롤로그(서평과 일상 에세이 그 중간 어디쯤의 글)
- '빨간 머리 앤'을 기억하시나요
- 하루키 씨, 오랜만입니다.
- 내향형 인간이 어때서요
- 인간관계에 넌덜머리가 난다고요


주제를 크게 2가지로 나누고 그 밑에 해당하는 목차를 적었다.(날 것 그대로의 초고라 부끄럽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공개한다. 앞으로 활동하면서 제목과 목차는 조금씩 수정. 보완할 예정이다.) 활동계획을 다 채우고 나서 그동안 써두었던 샘플 글을 첨부해서 전송 버튼을 눌렀다. 그게 어제의 일이다.


'5일이 걸린다고 했으니 느긋하게 연락을 기다려야지'라고 생각하며 주식 창을 보고 있는데(네, 그렇습니다. '전 국민 주식 시대'에 저도 동참했어요.) 드르륵 브런치 앱 알림이 울렸다.


뭐지 뭐지... 혹시 벌써?

떨리는 마음으로 실눈을 뜨고 메시지를 읽어보니 합격이다!!!!!  



우와, 나 합격했어!!!!



한 번에 합격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후기를 읽어봐도 3번, 4번 떨어지고 다시 시도해서 합격한 사례도 많았다. 그런 사람을 보면서 '대단하다' 싶었고 그 열정과 용기가 부러웠다. 유리 멘탈인 나는 그렇게 떨어지면 아예 포기할지도 몰랐다. 혹시 용기를 내더라도 다시 시도하는데 또 1년이 걸릴지도 몰랐다. 그런데 다행히 한 번에 합격했다.(브런치 팀 감사합니다. 절 받으세요. 넙죽~)




이제 시작이다.

사실 신고식을 좋아하지 않지만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뭐라도 하고 싶었다. 이 글은 햇병아리 브런치 작가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나만의 '신고식'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포부를 다지는 글이기도 하다. 브런치 작가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그리고 이 세상의 또 다른 소심쟁이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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