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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볕 May 07. 2021

코로나, 그리고 유튜브와 넷플릭스

팬데믹 일상의 낙(樂)


코로나 19로 인해 백수가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재작년에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며 필리핀 가서 한 달만 살아보자는 남편의 꼬드김으로 인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한 달 살기 하고 와서 다시 재취업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필리핀으로 떠났다. 낙원의 섬에서 한 달을 보내려던 계획은 두 달로 연장되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진 그곳에서 나와 남편은 오전에는 영어 학원을 다녔고 오후에는 자유시간을 즐겼다.


눈 깜짝할 새 두 달이 지나 꿈같던 시간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현실로 돌아오고 나니 갑자기 코로나 19라는 신종감염병이 돌았다. 급속히 증가하는 확진자 수 때문에 입국 금지를 하는 나라가 늘어가고, 사실상 해외여행은 불가능 해졌다.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해외로 꼭 떠나야 했던 역마살이 낀 우리 부부는 망연자실해졌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재취업을 하기 위해 이력서를 몇 군데 냈고 다행히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하지만 막상 출근하려니 걱정병 환자인 나는 감염이 우려되어 재취업은 코로나 종식 이후로 미뤘다.




그리하여 어쩌다 보니 전업주부가 되었다. 달랑 두 식구뿐인 단출한 살림이라 집안일끝내고 나면 시간이 남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외출이 제한되다 보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TV를 켜도 식상한 프로그램 밖에 없어서 자연스레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이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유사점이 있지만,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유튜브는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올린 동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다양한 정보가 넘쳐나지만 나는 주로 주식방송, 동물영상, 브이로그를 본다. 다른 사람의 일상을 보는 재미가 있고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을 보면 자극도 된다. 그리고 일반인이 자유롭게 동영상을 올리기 때문에 아마추어 같고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같아서 좋다. 물론 개중에는 프로 뺨치는 실력자도 있다. 반면에 넷플릭스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가 전문적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가 넘쳐나고 제작진과 배우가 만들어 낸 가상의 세계가 시청자를 유혹한다. 그래서 현실이 지루하거나, 염증이 느껴져서 도망치고 싶을 때 허구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어서 좋다.


요즘에는 틱톡, 왓챠, 웨이브, 티빙 같은 다른 경쟁 서비스도 많아졌다. 집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사람들은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게 되고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다. 이제는 메타버스라는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으니 갈수록 외출은 안 하고 집에서 간접체험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날 것 같다.




나중에 가서 팬데믹 시대인 지금을 회상해 본다면,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다. 이들은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유튜브로 주식방송을 즐겨보다 주식투자를 시작했고 집에서 돈을 벌게 되었다. 영화관에 가지 않고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고, 오프라인 강좌 대신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충분히 알차고 재미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바뀐 생활방식 중 상당 부분은 사라지지 않고 유지될 것 같다.


Before 코로나와 After 코로나로 나뉘는 시대, 이 달갑지 않은 감염병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크게 바뀌었다. 타인과의 신체접촉을 극도로 꺼리게 되었고 마스크와 손소독제는 필수품이 되었다. 외출 제한 때문에 학습과 경험의 기회가 축소될까 우려되었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추구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각종 동영상 서비스와 온라인 교육서비스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앞으로 살면서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이나 예상하지 못한 급격한 변화가 닥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절망적이지만은 않은 이유는 사람들은 언제나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힘든 현실 속에서도 낙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고 우리의 인생은 또 그렇게 계속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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